'2위와 1.5G 차' 불안한 선두에도 꿋꿋한 염갈량, ERA 4.65 외인 에이스도 육성 계획도 그대로 간다
LG는 22일 잠실 SSG 랜더스전 취소 후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두 팀간 11차전 경기의 선발 투수로 우완 투수 이정용(27)을 예고했다. 로에니스 엘리아스(35)를 출격시키는 SSG를 비롯해 22일 우천 취소된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도 각각 곽빈과 토마스 파노니를 그대로 내보내는 가운데 LG만이 2선발 애덤 플럿코(32)에서 5선발 후보 이정용으로 교체해 눈길을 끈다.
이정용의 일요일 경기 출격은 예정돼 있었지만, 22일 경기가 비로 취소된 만큼 플럿코를 23일에 내보내도 됐을 터. 하지만 염 감독은 기존 계획을 수정하지 않았다. 물론 플럿코가 등판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경기 시작 5분 전까지 우천 취소 기미가 보이지 않아 1회초 등판해야 하는 플럿코는 몸을 풀고 있었다. 일단 루틴이 깨진 플럿코를 내보내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한 플럿코를 다음 주 화요일(25일)에 내보내면 일요일(30일) 경기에도 쓸 수 있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위 SSG와 맞대결에서 현재 기량이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발 투수와 토종 1선발을 쓰지 않은 셈이 됐다. 기존 에이스 켈리가 평균자책점 4.65로 흔들리는 가운데 현재 LG 선발진을 이끌고 가는 것은 2.21의 플럿코와 3.19의 임찬규다.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6월까지 승패마진 +20의 압도적인 페이스로 선두를 달린 LG지만, 7월 부진으로 2위 SSG와 1.5경기, 3위 두산 베어스와 5.5경기로 격차가 훌쩍 줄어들었다. 조급한 마음에 켈리를 교체할 수도, 이정용 대신 플럿코를 써 한 경기라도 격차를 벌리려 애쓸 수도 있었겠지만, 염 감독은 조금 더 멀리 내다봤다.
염 감독은 또 한 번 패전(5이닝 5실점)을 기록한 켈리를 두고 "지난해에 비해 실투 비율이 높아졌다. 5년째 뛰다 보니 실투가 나오면 타자들 눈에 익어서 실투가 안타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다. 타선이 점수를 내면 그 (다음) 이닝은 막아줘야 하는데 꼭 실점을 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교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
이정용부터 시작될 국내 선발 육성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 5선발 턴에 우천 취소가 되지 않는 한 다음 5선발 턴에는 손주영이 나간다. 염 감독에 따르면 현재 보고 받은 투수 중 손주영의 구위와 흐름이 가장 좋다. 다음 5선발 턴에는 강효종(21)이 나가고 그다음부터는 기존 4선발 경쟁을 하다 재정비에 들어갔던 김윤식(23)과 이민호(22)가 차례로 기회를 받는다. 김윤식은 8월 초 복귀가 가능한 반면, 이민호의 타임 테이블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뚝심 있는 결정에는 팀 타율 0.285, OPS 0.766으로 리그 평균(타율 0.259·OPS 0.766)을 훌쩍 뛰어넘는 막강한 타선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지만, 짧게는 포스트시즌, 길게는 구단의 미래에도 국내 투수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염 감독은 "선발은 선발로, 불펜은 불펜으로 쓴다. 선발로 커야 하는 선수들은 확실히 선발로 키우려 한다"면서 "5선발 자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두고 싶다. 그래야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내년 팀 운영에서) 계산이 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후반기에는 (한두 명의) 키플레이어보다 '3, 4선발을 어떻게 빨리 구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딱 한 명만 4선발로 자리 잡아주면 된다"면서 "5이닝 3실점만 해주면 된다. 타선에서 5점 이상 뽑아줄 수 있고 그렇게 낸 점수를 지켜줄 수 있는 불펜이 있다"고 젊은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뜻을 밝혔다.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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