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 학생들이 말 타고 등교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경마장에서 뛰는 말도 모두 제주마인가요? 여러 이름들이 들리던데"
현대에 와서 말 산업의 핵심은 '경마'이고, 말 생산의 최우선 목적은 경주마 생산입니다.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산업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경주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혈통'입니다.
말은 아버지의 혈통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가 뛰어난 경주마였으면 그 자손도 뛰어난 경주마가 된다고 합니다.
지난주 1편에서도 언급했듯 5,500여마리의 제주마를 혈통관리를 따로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 올해부터 제주 경마장에서 뛰는 모든 말들은 제주마입니다.
이전까지는 제주마와 영국 경주마로 알려진 더러브렛과의 교잡인 한라마도 쓰였습니다.
제주경마장은 1990년에 개장했는데 제주에 경마장을 만든 이유 자체가 제주마 보호 육성과 사육농가의 소득 증대였습니다.
마사회에서는 교잡인 한라마는 혈통정립이 안됐다며 경마에서 빼려고 했지만 개장 초기 경주를 뛸 수 있는 제주마는 턱없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초기부터 지난해까지의 경마 경기에는 한라마도 투입되곤 했습니다.
원래는 2016년부터 제주마 전면 경주를 하려 했지만 제주에는 많은 한라마 생산자 단체가 있었고, 서로 협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올해부터 제주마로만 경마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 "그럼 경마에서 빠지게 된 한라마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제주마 전면 경마가 미뤄지는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경마를 뛸 수 없게 된 한라마의 활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게 '경마'가 아닌 '승마'입니다.
저변 확장을 노렸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라마를 활용한 아마추어와 동호인 대회도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제주마는 조련이 까다로워 전문가 영역으로 불리지만 한라마는 그보단 낫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에는 체험승마인구가 많은 편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유소년 승마가 두드러진 편입니다.
대한승마협회에 선수로 등록된 제주지역 유소년 승마선수는 130명 정도로 전국 2위입니다.
선수로 등록되더라도 활동을 해야 선수로 유지가 되기 때문에 이름만이 아닌, 실제 활동하는 숫자로 봐도 무방합니다.
1위는 경기도인데, 인구비례로 따졌을 때는 제주가 많은 편이죠.
하지만 승마용 말은 한 번 투입되면 10년, 20년 오랜 기간 쓰이기 때문에 승마만으로는 한라마 활용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그래도 말의 고장인데, 제주에만 있는 특별한 게 있을까요?"
제주에서는 말이 아프면 말 전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말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활용처도 많아지는 만큼 필요한 것은 병원이겠죠.
제주대학교 수의대에는 말 전문 병원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이고, 지금도 전국에서 유일한 말 전문 병원입니다.
또 기반시설이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것은 사람이겠죠.
제주는 말의 고장이라 불리는 만큼 말을 특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도 많았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국내 첫 말산업 특구죠. 지난 2014년에 지정됐습니다.
경북이 2호, 경기가 3호, 전북이 4호 말산업특구인데 처음은 제주입니다.
어쨌든 말산업 특구를 통해 제주에는 말산업을 위한 전문인력을 키우는 기관이 생겼습니다.
가장 처음 생긴 곳은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로 특구 지정 1년 전인 2013년에 생겼습니다.
다음은 제주한라대 마사학부가 2014년, 그리고 앞서 설명한 제주대학교 수의대 말전문병원이 2019년에 문을 열었죠.
나름 성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대의 경우 수의사 국가고시에 46명이 합격했습니다.
한라대 말산업 학과에서는 26명이 졸업해 이 가운데 17명이 관련 산업에 취업했습니다.
서귀포산과고에서는 졸업 전에 44명이 관련 자격증을 땄고, 4명은 진학 없이 바로 말산업 분야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정부에서 매년 진행하는 인력 양성기관 평가에서도 꾸준히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받아 관련 국비도 최대한으로 지원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는 거점 조련시설이 있는데,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1곳 둘 계획입니다.
■ "제주에선 말 타고 등교 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우스갯소리로 "제주 학생들은 말 타고 등교하는 게 사실이냐"라는 말이 있는데,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부분적으론 사실입니다.
제주지역 몇몇 초등학교에서는 입학식 때 이벤트로 말을 타고 첫 등교를 했었습니다.
이밖에도 제주에서는 경찰이 말을 타고 순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자치경찰기마대인데, 지난 2012년 3월에 창설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타고 다니는 말은 직접 관리까지 하며 기마대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지와 해수욕장 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어린이와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승마체험 교육도 하고 있어 지역 사회에서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 "제주에 말고기 음식점도 꽤 있다던데.. 어떤가요?"
말고기 음식점은 제주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말고기 판매에 별다른 제한은 없습니다. 누구나 판매는 가능한데, 현재 33곳 정도 영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물론 맛이야 음식점마다 비법이 있겠지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제주에는 '말고기 인증점'이란 것이 있습니다.
말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 가운데 경주마였던 말은 쓰지 않는 업소를 말합니다.
인증점은 경주마가 아니었던, 먹기 위해 생산한 말고기를 쓰는 만큼 유지 비용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말고기 인증점으로 지정된 음식점에 장비나 시설 개·보수 등의 지원을 해줍니다.
매년 인증점을 대상으로 점검도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패널티를 받거나 인증이 철회된 곳은 없다고 합니다.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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