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초등생까지"…콜센터 상담원보다 못한 '교사 보호' 실상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2023. 7. 23. 08: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에도
정치적 갈등에 교원보호법 개정은 '요원'
교사, '고객응대 근로자'만큼도 보호 못받아
산안법, 마트직원 등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작업중단, 전화연결 금지 등 사업주에 보호 의무 부과
"교사에게도 적극 적용 검토해야"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폭언 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교권 추락이 심각한 상태지만 개선 작업은 지지부진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교권, 교육계의 문제로 몰기 보다는, 근로자의 문제로 접근해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행법만 따지고 보면 교사는 '콜센터 직원' 만도 못 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트·콜센터 직원, 폭언 들으면 '업무 중지' 가능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최근 2~3년간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발생했던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교사들의 제보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통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등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서이초 교사는 별다른 보호를 못받았다고 합니다. 만약 이런 일이 '고객응대 근로자'에게 발생했다면 사업주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지난 2018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규정이 신설·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고객을 상대하는 직군의 근로자를 '고객응대근로자'로 규정하고 최소한의 보호를 받습니다. 콜센터, 백화점, 마트, 호텔, 금융기관 종사자, 경비원, 구청민원실, 사회복지사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고객응대근로자의 예시. /자료=고용노동부


먼저 사업주는 고객응대 근로자에 대해 △폭언, 폭행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요청 문구게시 또는 음성안내 △고객응대 업무 매뉴얼 마련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의 내용 및 건강장해 예방 관련 교육 실시 △그 밖에 고객응대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콜센터에 전화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는데, 개정법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폭언, 폭행 등의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후적으로 사업주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문제행동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과 금지 △문제행동 고객과의 재연결 제한 조치 △휴게시간의 연장 등 해야 합니다. 

사업주는 또 폭언에 대한 고소, 고발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는데 필요한 증거물·증거서류 제출 등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에겐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게다가 사업주는 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불리한 처우를 해서도 안 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이 부과됩니다.

◆보육교사, 유치원교사는 이미 고객응대근로자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을 통한 교원 보호 방안 마련도 추진된 적은 있습니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5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임위가 심사한 법안은 없다고 합니다. 학생 인권 향상에만 몰입하다 교권 추락은 나몰라라 한 교육계와 정치권의 그간 행태를 보면 개선 가능성도 미지수입니다.

교육계에만 맡겨놔서는 안 될 일입니다. 교사도 근본적으로 근로자입니다. 정치권과 고용노동부 등은 교사를 고객응대근로자로 포함시키는 작업을 추진하는 게 어떨까요.

실제로 지난 5월,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사에 대해서도 고객응대 근로자에 준하는 법률을 만들 것을 주문했습니다. 은행법과 보험업법 등도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고객과의 분리, 업무 담당자 교체, 상시 고충 처리 기구 마련 등을 의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사의 업무를 '고객 응대'로 보는 점엔 반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치원 교사, 보육 교사는 이미 보호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은 학생이 아닌 '제3자'인 '학부모'의 행태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고객응대근로자의 피해와 흡사한 면이 있습니다. 

교육청의 소극적인 행태도 개선이 가능해집니다.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교육청의 학생이나 학부모 상대 고발은 2020년 38건, 2021년 1학기 23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반대로 교권 침해 건수는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으로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