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트륨을 냉각제로...차세대 SMR 선두주자 테라파워 연구소 가보니

벨뷰/오로라 특파원 2023. 7.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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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테라파워의 에버렛 연구소에서 크리스 르베크 CEO가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벨뷰시에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의 ‘에버렛 연구소’. 약 1827평(6만 5000제곱피트) 크기의 창고식 건물에 들어서자, 두꺼운 고무장갑 여섯쌍이 부착돼 있는 밀봉 유리 실험대가 눈에 들어왔다. 숀 아크리 테라파워 수석 실험 엔지니어가 약 305도의 고열에 녹인 ‘솔라 솔트(Solar Salt)’를 금속 트레이에 붓자, 시럽처럼 투명하던 액체가 금새 딱딱한 고체의 상태로 돌아왔다. 솔라 솔트는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SMR ‘나트륨’에서 열 에너지 저장, 전달에 쓰이는 용융염(鎔融鹽)으로, 질산나트륨과 질산칼륨의 혼합물이다. 아크리씨는 “솔라 솔트는 550도까지 안정적인 액체 형태를 유지하고, 대기에 노출되면 굳어버린다”며 “원전 사고에도 안전한 물질로 꼽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 연구소에서 녹인 소금을 금속 트레이에 붓고 있는 모습./테라파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지난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SMR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게 특징이다. 원전사고시 오염수가 필연적으로 나오는 경수로와 다르게, 대기 냉각이 가능하고 대기를 만났을 때 굳는 물질들로 방사성 오염 물질을 널리 퍼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혁신 기술의 산실인 에버렛 연구소가 한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세대 SMR로 시장 공략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 연구소에 있는 실험 장치./테라파워

이날 연구소에선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 다발 모형도 볼 수 있었다. 통상 4각형인 경수로의 핵연료통과 다르게 벌집처럼 6각형 구조였다. 마이클 앤더슨 테라파워 선임 관리자는 “연료봉을 6각형으로 설계하면 여러 개의 연료봉을 더 촘촘하게 묶을 수 있고,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형 원전 대비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여 전력이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로 설치할 수 있는 SMR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테라파워의 에버렛 연구소에서 염소염 용융염원자로(MCFR)의 테스트용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테라파워

연구소 한편에는 약 6미터 높이로 여러 배관이 엮여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용융 염화물 특성 테스트 장비(IET)’가 작동하고 있었다. IET는 ‘꿈의 원자로’라고 불리는 염소계 용융염 원자로(MCFR)의 개발을 위한 각종 실험 데이터를 얻는 장비다. MCFR은 고체 핵연료가 아닌 액체 핵연료를 사용하고, 크기를 줄여 해상 선박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제프 라트콥스키 테라파워 부사장은 테라파워 관계자는 “이 기계를 통해 용융염 사용에 따른 배관의 부식 특성과 열 교환 효율성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계에서 SMR 개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가장 첨단으로 꼽히는 것은 물 이외의 물질로 작동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4세대 SMR’이다. 이 가운데 테라파워가 주 재료로 사용하는 소듐 냉각재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물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급 이슈가 적다. 게다가 소듐을 냉각제로 사용한 테라파워의 경우, 기존 경수로보다 핵폐기물이 70%는 줄어든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만큼 안전한 방식은 없다고 생각하며, 나트륨을 활용할 경우 안전성은 더욱 올라간다”고 했다.

테라파워는 SMR의 상업화에서도 앞서가는 중이다.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규모의 미 정부 지원금을 받고, 2030년까지 와이오밍 주에 인근 25만 가구가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345MW(메가 와츠) 규모의 SMR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SMR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실증에 가장 먼저 성공한 기업이 향후 SMR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테라파워가 이 목표에 가장 가까운 상태”라고 했다.

한편 테라파워는 국내에선 SK㈜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억 5000만 달러(약 3200억원)을 투자받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르베크 CEO는 “2030년 이후 한국에서도 혁신 나트륨 원자로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용 방사 물질로 수익화 노려

이날 연구소에서는 치료성 방사성 동위원소인 액티늄-225(Ac-225)의 생산 실험도 병행되고 있었다. 액티늄-225는 정상 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하는 표적 알파 치료제의 원료 중 하나다.

테라파워는 SMR 사업이 수익화 실현까지 향후 10년 안팎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빠르게 상업화를 할 수 있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사업을 전략 사업으로 세운다는 전략이다. 르베크 CEO는 “SK바이오팜 등 한국 기업은 물론 여러나라의 제약업체와 액티늄-225의 활용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이르면 내년부터 실증 실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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