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변심? “최저임금 1만원, 사람답게 살 권리 상징”이라더니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7. 23. 08: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올해보다 240원(2.5%)가 올라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는데요. 최저인상률이 ‘전시(戰時)’에 비견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2021년도, 1.5%)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장 낮은 인상률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만큼 올해 경제여건이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돌파여부를 경제상황 못지않게 신경썼을 텐데요.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최저임금을 언급한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최저임금과 유독 인연이 깊은 대통령이 있으며, 그의 연설기록도 방대합니다. 대통령의 연설 연재를 수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대통령이 하나의 이슈에 이만큼 최전선에 나서서 활동했던 일은 처음 접해봤습니다.

아쉽게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단 득보다 실이 많았던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다만 단기적 어려움을 감수하고 노동문화를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게 목표였던 만큼 향후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도 지켜볼만 할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도입한 전두환 “국민복지 증진대책으로 최저임금제 실시”
최저임금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시절 제도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해 후임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 시기에 처음으로 시행됩니다.

최저임금제가 대통령 연설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6년 8월 하계 특별 기자회견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늦어도 ‘88년까지는 최저임금제도가 실시될 수 있도록 관계 법률을 제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98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는 지난 9월초에 국민복지증진대책을 마련하여 오는 ′88년부터 전 국민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제 및 최저임금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이미 관계법령의 정비에 착수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시켰습니다”라며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기 위하여 새해에 임금실시와 생계비를 조사 분석하는 등 모든 준비를 차질 없이 갖추어 나가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취임 2주년 특별대담(2019)
연설기록에서만 60여차례 언급한 문재인 “최저임금 1만원은 사람답게 살 권리 상징”
2024년도 최저임금 인상결정에서 화두였던 1만원 돌파 여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온나라를 들썩이게 한 화두였습니다. 그 잔상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도 1만원선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임기중 최저임금을 언급한 연설만 60여차례에 달할 정도로 이 이슈를 직접 짊어지고 분투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추가경정예산 국회 시정연설에서부터 최저임금을 다루는데요.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인상 여부가 아닌 공무원의 근로여건을 다루는 내용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근로감독관 부족현상을 언급하며 “감독관 1명이 근로자 1만 2,000여 명, 사업장1,500여 개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저임금 위반이나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등은 단속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대통령 연설문도 급증합니다.

2017년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이 무려 16.4%나 인상된 것을 반기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가는 청신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문 전 대통령은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사람중심의 국민 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입니다”라며 “최저임금 1만 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 주도 성장의 기반이 될것입니다”라며 정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올렸다” 언급도...임기 중반에는 “최저임금 1만원 어려워져”
사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초반부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꾸준히 언급해왔는데요. 앞서 소개한 2017년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최저임금 1만 원의 성공 여부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어떻게 해소시켜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라고 했습니다.

2018년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올렸습니다”란 발언도 했죠.

그러나 이런 발언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할 정도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강력하게 추진됐으며, 이는 임기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낫습니다. 훗날 정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과도한 부동산 규제와 함께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다수가 실책으로 인정하는 정책이 됐죠.

2018년 중반부터도 이같은 연설문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립니다”라고 했습니다.

8월 국무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정책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도 등장하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적 수단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말 그대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을 높여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 목적에서는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지금 문재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발빠른 뉴스와 깊이있는 연재기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