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한국' 공통점 아세요?…"개 먹는 나라"

남형도 기자 2023. 7. 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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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음식은 없다 - ③][인터뷰] '개식용 금지 특별법' 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관습으로 이어지던 개 식용, 법으로 마무리해야"…생업이던 개 농장 문 닫으면 지원하고 5년 시간 주는 '실질적 방안' 마련돼
[편집자주] 개농장에서 살린 개를 만났습니다. 두려워하면서도 다가왔습니다.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뜨거운 숨이 느껴졌습니다. 꼬리도 흔들었습니다. 반갑다는 뜻이었습니다. 개식용을 끝내기 위한 법안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꼬리치는 음식은 없습니다.

경기도 화성 개농장에서 발견한, 뜬장 속 백구들. 빤히 바라보며 묻는듯 하다. 식용견과 반려견이 구분되는 게 맞느냐고./사진=남형도 기자
어렸을 때는 고양이를 10년쯤 키웠다. 이름은 '진이'였다. 삼색을 가진 고양이였다. 애정 담아 "살찐아, 살찐아"라 부르곤 했는데 그걸 줄인 이름이었다. 당시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58)이 부산에 살 때였다. 중성화도 낯선 시절이라 새끼를 낳으면 주위에 하나씩 주고 했다.

진이는 집에 있다 바깥에 나갔다 오고 했었다. 자유로이 다니는 게 자연스러운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바깥에 돌아온 진이가 심하게 다쳐서 왔다. 아마도 싸운 모양이었다. 피를 많이 흘린 터라 황급히 잡으려 했다. 하지만 진이는 마루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출혈이 심했다. 시간이 흘렀다. 진이는 결국 고양이별로 떠났다. 비가 주룩주룩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한 의원은 슬픈 와중에도, 동생들이 놀랄까 싶어 상자에 담아 묻어주었다.

원래 그리 동물을 좋아했단다. 2011년엔 반려견 '해피'를 만났다. 정말 똑똑한 강아지였다. 해외 출장으로 가방을 싸려고 하면, 이미 귀신같이 알고 가방 안에 들어가 버티던 녀석이었다. 11년을 함께하다 2021년 심장병으로 무지개다릴 건넜다. 매일 있다가 텅 비어버린 상실감. 그 상처는 너무 컸다. 한 의원 남편은 "앞으론 절대 키우지 않겠다"고 했단다.

동물권 향상에 늘 진심인 국회의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행법상 불법인 개식용, 개농장 문제에 대해 이젠 법으로 정리할 때라고. 육견협회 등 반발에도, 이번에도 앞장서서 법안을 발의했다./사진=한정애 의원실

국회의원이 된 뒤엔 경험이 확장됐다. 세상 모든 개와 고양이가, 해피진이 같진 않단 걸 깨달았다. 보기 힘든 가장자리까지 마음이 뻗어갔다. 생각보다 처참한 일이 더 많았다. 개농장, 개식용 문제와 관련해선 더 그랬다.

그래서 자신의 직업답게, 법(法)을 만들었다. 2020년 12월에 '동물보호법'을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로 만들어 넣은 조항이 있었다.

누구든지 개나 고양이를 도살, 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한 문장의 힘으로 죽지 않고 안도하며 살아갈 개, 고양이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의견이 이랬다. '다양한 의견이 있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죽을뻔한 새끼 고양이를 구조했다.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였다. 작았던 녀석이 이리 도도하게 자랐다고. 핸드폰에 사진이 어찌나 많은지, 자랑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사진=남형도 기자

다시 2년 반쯤 흘렀다. 2023년 6월. 한 의원은 법을 또 발의했다. 이번엔 이름에 '종식'이 붙었다. 이름하여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 끝내겠단 바람이 법 이름에 담겨 있을진대, 이번엔 어떤 고민이 담긴 걸까. 4일 오후, 한 의원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죽을뻔한 새끼 고양이 '태풍이'를 구했다기에 그 얘길 듣느라, 곁길로 샜으나 '동물권에 진심이란 게 진실이구나' 싶었다.

개 농장 보고…'사람이 이렇게까지도 할 수 있구나' 싶었지요
울진 개농장에 있던 '도살장' 흔적. 많은 개들이 죽어 나갔을 게다./사진=남형도 기자
과거 개 농장 모습을 봤다고 했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한 의원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개가 새끼를 낳았어요. 애들이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먹어요. 거기에 나무 이쑤시개가 섞여 있었고요. 개들이 그걸 모르고 그냥 먹은 거죠. 장을 찔렸고 죽었어요. 죽은 개들을 주인이 저쪽에 툭툭, 던지는 걸 봤어요. 약간 '사람이 이렇게까지도 할 수 있구나' 싶었지요."

축산 동물도 복지를 고민하고,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이 가족인 시대. 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때에, 개 농장은 복지를 논하긴커녕 처참한 수준인 걸 알았다. 그에 이르지도 못하는 존재들이 너무 많았다.

울진 개농장의 흔적. 도살되고 남은 개의 발목 등을 다시 뜬장 속 개에게 주었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잔혹함. 그걸 떠나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안 맞는 게 많았다고. 우선은 국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단 거다. 한 의원이 말했다. "세계에서 개를 먹는 게 세 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중국, 베트남이요. 그전까진 대만도 있었는데 이젠 안 먹고요."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문화인과 체육인이 세계 무대를 누비는 시대인데, 이런 걸로 놀림감이 된단다.

또 다른 건, 이미 명백하게 '불법'이란 거다. '관습'이라며 이어지고 있을 뿐. 한 의원은 "개는 식용으로 돼 있지 않다. 식품위생법상 정하는 식품에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의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걸 식용으로 한 경우엔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이란다. 그러니 핵심 부서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들이 먹는 음식물 쓰레기를 관리할 환경부가, 개들 못 키우는 농지를 막을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만 잘해줘도 끝나는 문제다. 이걸 다 떠맡기 싫어 '폭탄 돌리기'를 하는 거다.

'법'으로 마무리하는 게 맞다
동물권을 낫게 만들기 위해, 꾸준히 애쓰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한정애 의원실
현행법상 불법. 관례라며 해왔던 개 식용 문제. 결국엔 법이 종결해줘야 한다고 느꼈다. 한 의원이 설명했다.

"각 부처가 제 역할을 해주면 되지만요. 지금에 와서 갑자기 법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 부담인 거죠. 그냥 법으로 명료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 겁니다."

왜 잘 안 됐었을까. 개 식용을 마치기 위한 법안은 계속 나왔었다.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냈었고, 한 의원 역시 2020년 12월에 발의했었다. 한 의원은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법 통과를 위해 국회서 논의될 때, 정부가 반대한다고 하면 쉽지 않단 얘기였다. 실제 그간 개 식용 관련 법안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의견을 냈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합의. 그걸 위해 1년간 위원회도 꾸려졌으나, 그마저 정리가 안 됐다. 한 의원은 "아마 폐업 지원 관련 부분에서, 원하는 수준이 안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폐업 지원'에 '직업 훈련', 준비할 수 있게 5년 유예…그래서 '특별법'으로 뒀다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개식용 종식 특별법안'에 많은 이들이 지지 의견을 보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들에겐 '생존권' 문제란 것도, 한 의원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래서 '특별법안'이 필요했다. 개 농장을 하던 이들이 폐업할 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해서였다.

"동물보호법은 척추동물에 대한 보호, 학대 방지, 동물 복지를 논의하는 구조잖아요. 여기에 특정 부분 폐업, 관련 지원이 들어가는 건 법 체계상 안 맞아 논의 자체가 안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정말 통과시키고 싶어서 말끔하게, 한시적인 '특별법'으로 두었다. 개 식용이 끝나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법안인 거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고민한 건 폐업 지원 부분이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장주가 식용 개 농장을 폐쇄하고 폐업하는 경우 폐업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울진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어미가 새끼를 쓰다듬는다. 고기가 아니다. 생명이고 삶이다./사진=남형도 기자

당장 접으란 게 아니다. 유예기간은 5년을 뒀다.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준 거다. 다만 개 농장을 언제 끝내느냐에 따라, 지원 금액을 달리할 수 있게 했다. 한 의원은 "5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더 빨리 끝낼수록 지원을 더 많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식 시기를 조금 더 빨리 당길 수 있게 하는 고민이 담겼다.

대를 이어 개 농장을 하는 젊은 농장주도 있기에, 이들을 위한 '직업 훈련' 방안도 법에 넣었다. 다른 일을 해서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하는 거다.

여야가 같은 뜻으로 '개 식용 종식'…"핵심은 정부 의지와 국회 농해수위"
남양주 개농장에서 살아난 개들. 바라본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눈빛./사진=남형도 기자
사회적 합의가 안 됐다며 통과도 안 시키는 사이, 기업형 개농장까지 등장했다. 한 의원은 "불법과 탈법 사이 사각지대, 법 적용을 안 하는 동안 몇 천 마리가 있는 '기업형 개농장'도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법이 시행되기까지 5년, 폐업하면 지원하는 방안에, 구체적 지원 방안을 합의할 수 있게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여기서 정부, 식용개농장 종사자들, 동물보호단체, 전문가 등이 모여 논의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전제로 세심히 고려해서, 개식용을 이젠 끝낼 수 있도록 법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한 처벌 방안도 넣었다.

누구든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 증식하거나 도살하여서는 아니 된다.
누구든지 개를 사용하여 만든 음식물이나 가공품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운반·보관·판매 또는 섭취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식용 종식 특별법안을 마련해 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한정애 의원실

여야가 같은 뜻으로 '개 식용 종식' 법안을 낸 건 초유 상황이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4월에 개,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쓰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통과의 관건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그리고 국회 관련 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로 봤다. 한 의원은 "사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국회위원들이 이걸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또 "농해수위를 통과하면 8부 능선을 넘은 거라,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이에 관심 있는 국민들이 할 일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정부에도, 대통령실에도, 농해수위 위원님들께도 의견을 전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요. 법안이 논의도 안 되고 사장되는 일이 많으니까요. 동네 산책하면 반려동물들이 엄청 많아요. 이제는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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