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제안에 은행통장 만들어 넘긴 20대 '실형'

재판부 "다수 피해자 양산" 고려해 징역 10월 선고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위조한 서류로 은행 4곳에서 통장을 개설한 뒤 보이스피싱범에게 넘긴 20대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 여성은 빚에 시달리다 "1억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제안에 통장을 만들었으며, 이와 별개로 남자친구를 속여 1천670만원 상당도 편취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2단독 최영은 판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A(23)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 누군가에게 "법인 계좌를 개설해 보내주면 거래 실적을 쌓아 1억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빚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자신의 어머니에게 위임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법인을 설립한 뒤 시중 은행 4곳에서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A씨는 약 1년에 걸쳐 만든 통장과 체크카드를 모두 넘겼고, 이들 통장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됐다.

앞서 A씨는 2019∼2020년 남자친구 B씨에게 "지인 돈을 갚아야 하는데 내 계좌가 한도 제한으로 묶여 있다"고 속여 6회에 걸쳐 총 840만원을 대신 송금하게 했다.

또 2021년에는 B씨에게 "가상화폐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내리기 전에 내 계좌로 이체하면 출금해 전달해 주겠다"고 속인 뒤 830만원 상당을 자신의 대부업체 채무변제, 월세,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법인 계좌를 개설했다"며 "피고인의 나이나 사회적 경험 등에 비춰 볼 때 해당 계좌가 불법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만들어 넘긴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고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돼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이 초범인 점, 남자친구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kyo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