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4방‘ 전성현, 일본팀 뒤흔든 스나이퍼의 위력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5년만에 열린 한일전에서 먼저 웃었다.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있었던 KB국민은행 2023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첫 경기에서 76-69로 승리를 거두며 모처럼만에 농구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당초 각종 농구관련 커뮤니티 등을 보면 ’일본이 너무 강해졌다. 승패를 떠나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오랜시간 동안 한국이 앞서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일본 농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양국의 전력차이가 뒤집어졌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두 나라 모두 이런저런 사정으로인해 풀전력으로 나서지못하는 상황에서도 비슷했다. 하지만 역시나 한국은 한일전에 강했다. 예전 선배들이 그랬듯 자신감과 투지로 단단히 무장하고 코트에 섰고 결과는 승리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양팀을 대표하는 슈터들간 맞대결이었다. 현 국가대표팀을 대표하는 슈터는 단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소속 전성현(32‧188.6cm)이다. 해외파까지 포함시킨다면 호주 일라와라 호크스 이현중(23‧202cm)도 있겠지만 KBL한정으로는 단연 전성현이 첫손에 꼽힌다.
데뷔후 성장기가 다소 길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을 깨고나오더니 문경은, 조성원 등과 비교되는 대형 슈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양 KGC 전승 우승 당시 주전 슈터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지난 시즌부터는 고양 캐롯-데이원 점퍼스에서 에이스 겸 슈터로 맹활약했다. 새로 창단된 소노에서도 이정현과 함께 팀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42경기 연속 3점슛 2개 이상, 역대 최장 기간 연속 경기 3점슛 기록, 9경기 연속 3점슛 4개 이상, 한 시즌 최다 3점슛 등 3점슛 관련 각종 기록을 닥치는데로 깨고 있다. 예전부터 국제대회에서 3점슛만큼은 인정받았던 한국농구의 새로운 외곽 에이스가 되기에 손색없는 성적이다.
전성현은 이날 경기에서 17분 59초를 뛰며 14득점(3점슛 4개),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전성현은 1쿼터 1분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3점슛 2방을 연달아 적중시켰다. 탑에서 볼을 잡은 전성현은 드리블을 치면서 동료들을 찾는듯 하더니 수비수가 잠깐 머뭇거린 틈을 놓치지않고 첫 3점슛을 작렬시켰다.
3점슛 라인에서 꽤 떨어진 거리였지만 KBL에서도 슛거리가 길기로 소문난 전성현이었던지라 아무 문제가 되지않았다. 매치업 상대가 흠찟 놀라 팔을 쭉 뻗으며 앞으로 점프했지만 이미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전성현의 손끝을 떠난 뒤였다. 당초 일본 선수들은 전성현에 대해 크게 경계를 안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슛을 기점으로 수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2번째 슛은 다른 방식으로 나왔다. 순간적으로 내달리며 동료 뒤쪽에서 패스를 받았고 공을 잡기 무섭게 바로 올라가 림을 갈랐다. 원샷 원킬, 킬러본능이 제대로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3번째 슛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빈공간을 선점한뒤 킥아웃 패스를 받아 성공시켰다. 3쿼터에서는 던질듯 말듯한 동작으로 수비수의 동작을 빼앗고 여유있게 3점슛을 꽂아넣었다.
대한민국팀을 대표하는 슈터가 전성현이라면 일본에는 토미나가 게이세이(22‧189㎝)가 있다. 미국 NCAA 네브래스카대학에서 뛰고있는 그는 이날 경기에서 13분 13초를 뛰며 13득점(3점슛 3개), 3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는데 길지않은 시간동안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만만치않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 어린나이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는 평가다.
토미나가의 첫 3점슛은 3쿼터 4분대에 나왔다. 코너에서 킥아웃 패스를 받은후 훼이크 동작을 통해 수비수를 완전히 날려버린후 3점슛을 적중시켰다. 스크린을 타고돌며 수비수 2명 사이에서 빠르고 과감하게 적중시킨 3점슛도 일품이었다. 4쿼터 막판에는 과감한 돌파를 통해 3명 사이에서 언더슛을 성공시키며 배짱과 개인기를 갖춘 선수임을 확인시켜줬다.
믿을만한 슈터의 존재 여부는 팀 전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외곽에서 확실한 지원사격을 해주면 동료들의 돌파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되고 패스의 선택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공간을 더 넓게쓰며 여유와 다양성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전성현의 뜨거워진 손끝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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