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건강 365] 여름방학, 성조숙증 점검이 필요한 때

이순용 2023. 7. 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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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아한의원 조해림 원장

[함소아한의원 조해림 원장] 진료실에서 아이들의 성장 상태를 관찰하다 보면, 유전적인 키 성장 가능 범위보다 유독 크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당장은 또래 친구들보다 크고 부모가 어렸을 때보다 크게 자라고 있으니 좋을 수 있겠지만, 이런 아이들 중에는 성조숙증으로 사춘기가 빨리 찾아오는 사례들도 있다. 키 성장이 이른 시기에 마무리되면서 최종 성인 키가 예상했던 것보다 작아지는 경우도 있고, 또한 어린 나이에 초경을 하게 되면서 아이와 부모가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사춘기 발달은 여아는 만 10세, 남아는 만 12세 정도에 시작한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변화가 정상적인 시기에 진행되지 않고 일찍 찾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함소아한의원 조해림 원장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 멍울이 생기고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발달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키 성장은 유방이나 고환 발달 등 사춘기 변화가 시작된 후 2년 동안 급성장하고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마무리되지만, 성조숙증의 경우 또래보다 2년 정도 빨리 사춘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성인 최종 키가 평균 10cm 정도 작아지게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4-5학년에 해당하는 만 10세 전후로 초경을 시작하게 되면서 사회적, 정신적으로 겪는 스트레스가 클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성조숙증 만큼 이른 시기는 아니지만, 정상 사춘기보다는 빨리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조기 사춘기라고 한다. 조기 사춘기의 아이들도 성인 최종 키는 현시점의 예상 키보다 작아질 수 있고, 초경 시작도 또래보다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도 꾸준히 성장 관리를 해야 한다.

성조숙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엄마의 초경 나이가 어렸거나, 아빠의 사춘기 변화가 또래보다 빨리 찾아왔던 편이라면 아이도 성조숙증이나 조기 사춘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유전적인 예상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고 있다면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남아의 경우 엄마 키+13cm, 아빠 키 사이를 유전 예상 키라고 보고, 여아의 경우 엄마 키, 아빠 키-13cm 사이를 유전 예상 키라고 본다. 예를 들어 엄마가 160cm, 아빠가 170cm인 여아의 경우 유전적인 성장 범위는 157-160cm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만 7세 정도에 성인 예측 키가 170cm라면, 이 아이는 성조숙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비만은 성조숙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많으면 성호르몬의 분비가 빨라지면서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체지방이 많은 아이들은 실제 나이보다 뼈나이가 앞서 있고 사춘기 진행도 빠른 경우가 많으니, 또래보다 통통하게 자라거나 갑자기 체중이 많이 증가한 경우라면 성장 상태에 대해 점검과 함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생활 관리가 필요하다.

아주 마른 여아의 경우 성조숙증이 진행되고 있더라도 가슴 멍울이 제대로 관찰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비만한 경우에는 지방이 많아 유방 발달이 시작되었어도 단순히 살이 찐 것으로 착각하고 넘길 수 있다. 남아의 경우 고환 크기의 변화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겉으로 사춘기 발달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전에 비해 키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성조숙증이 아닌지 점검을 해보는 것이 좋다. 만 4세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는 만 10-12세(여아 10세, 남아 12세)까지는 성장 완만기로 연간 5~6cm 정도로 자라게 되는데, 이 시기에 있는 아이가 최근 6개월 동안 4cm 이상으로 많이 자라게 된다면 성조숙증이 아닌지 한 번 의심해 봐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판단은 현재의 키, 체중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흐름이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키, 체중을 측정하다 보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이상 징후가 보일 때 바로 체크할 수 있으니, 성장기 아이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3-6개월에 한 번씩은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어 호르몬 주사 요법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적절하게 키가 크고 있는지, 체중이 과도하게 늘지는 않는지 꾸준한 점검이 필요하다. 성장은 눈에 보이는 변화나 수치 외에도 가족력, 생활 습관, 뼈나이의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므로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아이의 주치의 한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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