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도 텀블러에 담아 살 수 있다?없다?[지구용]
해외선 재활용 활성화 위해 마트에 페트병 수거기기 설치도
코카콜라도 텀블러에 담아 판매··· 식물성 원료 패키지 개발도
용사님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지구용에서도 전해드린 적 있는데, 플라스틱 음료병을 다시 플라스틱 음료병으로 재생하는 '무한 업사이클링'을 말해요. 여기서 음료병만 콕 집은 이유는 규격화, 그리고 안전성 때문. 음료 및 생수병은 투명 플라스틱에 페트(PET) 소재로 규격화돼 있어 모아서 재활용하면 양질의 재생 소재로 태어날 수 있어요. 음료는 식품이고 물로 세척하기도 쉬워 재생 소재의 안전성도 높고요. 우리나라에선 올해 초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서 식품용 플라스틱에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보틀 투 보틀의 끝엔 언제나 의문이 남더라고요. 아무리 재사용 비율을 늘린다고 해도 인류가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종식시키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아직까지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없이 음료를 판매하기 위한 실험이 이미 시작됐다고 해요. 그래서 찾아갔어요. 바로 해외 20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코카콜라의 한국 본사로요. 한국코카콜라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재생 플라스틱 원료 10%를 함유한 패키지의 제품을 출시했죠. 세계으로 가장 많은 음료를 팔고 있는 이 회사는 과연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한국코카콜라의 테크니컬 디렉터 최진호 상무님(아래 사진)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요?
우선 보틀 투 보틀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을 몇 가지 드렸어요. 식품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많은 분들이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지 궁금해하실 듯 하여, 재생 플라스틱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대해 여쭤봤죠. 최 상무님은 “여러 번 재생한다고 해서 내구성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보다 먼저 보틀 투 보틀을 시행한 해외 사례를 보면 미미한 변색 정도가 발견될 뿐 재생 플라스틱 용기의 내구성이나 안전성 문제는 불거진 적이 없다”고 하셨어요. 이어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식품용 플라스틱 사용 기준이 엄격한 편이라 아마 변색조차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스템만 자리 잡는다면 플라스틱 페트는 무한히 재생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덧붙였어요.
또 “폐플라스틱 플레이크는 환경부에서, 플레이크를 가공해 칩으로 만드는 공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각각 안전성 검사를 한다”며 “식품용 재생 플라스틱 칩을 만드는 협력사도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의 안전성 검증을 받았다”고 설명하셨어요. 식품 관련 규제가 엄격한 우리나라에서는 재생 플라스틱은 믿고 사용해도 된단 얘기. 하지만 여기엔 우리의 노력도 조금 필요해요. 바로 깨끗한 투명 음료 페트를 잘 분리배출하는 것. 최 상무님께 투명 플라스틱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 정리를 부탁드렸는데요.
Q. 식품에 사용된 건 아니지만 깨끗한 투명 플라스틱은 투명 페트로 배출해도 되나요?
A. 안됩니다. 오직 식품용으로 사용된 것만 투명 페트로 분리배출해야 합니다. 혹시 모를 안전 문제 때문입니다.
Q. 마트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파는데 그런건 괜찮죠? 식품이잖아요.
A. 안됩니다. 식품용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포장재에는 PET가 아닌 폴리프로필렌(PP)나 폴리에틸렌(PE)을 사용한 경우가 많아 재생 원료의 순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Q.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담은 투명 플라스틱컵은요...?
A. 안됩니다... 이 역시 대부분 PP나 PE 소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생수 및 음료수병만 투명 페트로 분리배출해야 합니다.
상당히... 엄격하죠? 그래서 해외에선 투명 페트만 잘 수거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대요. 최 상무님은 "일본은 자판기가 많다보니 자판기 바로 옆에 투명 페트 수거통을 만들어 음료 회사가 자체 수거, 리사이클링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마트 입구에 투명 페트 수거기기를 놓아두고 투명 페트를 모은다"고 하셨어요. 특히 마트나 슈퍼 등 대형 유통 체인들이 투명 페트 수거 및 리사이클에 적극 참여(관련 기업 출자 등)하고 있다더라고요. 이 부분이 진짜 부러웠어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보틀 투 보틀 초기 단계라서 원료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재생 플라스틱(사진 속 동글동글한 것들이 바로 재생 플라스틱!)을 10%만 사용했지만, 기술적으론 재생 원료 100%도 문제 없대요. 레터 맨 처음으로 보여드린 사진 속 작은 병 3개 보이시죠? 일본 등 해외에서 판매 중인 제품으로 모두 재생 플라스틱을 100% 사용한 제품이에요. 에디터가 직접 보고 만져보니 투명하고 또 튼튼하더라고요. 새 플라스틱이랑 아무런 차이가 없었어요.
상무님께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어요.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순 없는지를요. 최 상무님은 "아직까지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플라스틱 없이 음료를 판매하기 위한 실험이 이미 시작됐다"고 하셨어요. “코카콜라는 10년 이상 식물성 원료 패키지를 개발해 왔습니다. 또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코카콜라를 텀블러 등 개인 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탄산수에 섞어 마실 수 있도록 코카콜라 시럽을 팔기도 하고요. 2030년까지 생산하는 음료의 25%를 패키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카콜라의 글로벌 목표에요. 글로벌 목표는 코카콜라가 진출한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죠." 콜라를 텀블러에 담아 가다니, 이건 생각도 못한 발상이었어요. 음료 회사들이 많은 플라스틱을 양산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치열한 고민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해외에서도 이제 막 실험 중이라니 아마 국내에서 텀블러에 콜라를 담아가는 광경은 조금 더 기다려야 볼 수 있겠죠. 일단은 보틀 투 보틀이 빨리 확산되는 것이 먼저에요. 최 상무님은 보틀 투 보틀이 자리잡기 위해선 일단 재생 플라스틱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상무님은 "새 플라스틱에 비해 재생 소재 가격은 40% 정도 비싸다"며 "많은 업체들이 적극 뛰어들어 재생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야 재생 소재 가격도 떨어지고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하셨죠. 우리도 열심히, 철저히 투명 페트를 분리배출 할테니, 기업도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재생 플라스틱을 써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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