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들어갔는데...통행 불편한 수원천로 특화거리

김건주 기자 2023. 7.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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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수원천로 특화거리. 보도 옆에 설치된 붉은색 철기둥이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김건주기자

 

“보도가 너무 좁아 저처럼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절대 지나갈 수가 없어요. 지역 미관을 위해서라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수밖에 없죠.”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천로 특화거리’에서 만난 휠체어 사용자 A씨는 “경계석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불편한 길이라 쉽게 진입하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그가 불편함의 원인으로 꼽은 건 보도 옆에 설치된 의문의 ‘붉은색 철기둥’이다.

지동시장 입구부터 미나리광시장 일대까지 보도 사이사이에 2~5m 간격으로 이 기둥은 4m 높이에 달한다. 개수는 총 25개, 그 위로는 햇빛 가리개가 설치됐다. 이 기둥은 단순히 햇빛가리개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둥들이 이용자 통행을 방해하면서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시장에서 장을 본 손님들은 장바구니를 든 채 기둥을 피하기 바쁜 모습이었으며, 사람이 몰리는 상가 입구 등을 지날 땐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가 걸어다니기도 했다.

‘시장의 명품화’를 위해 조성된 수원천로 특화거리 내 설치물이 보행자 통행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23일 수원특례시 등에 따르면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등 9개 시장이 묶인 수원 남문시장은 지난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사업’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시는 수원문화재단과 2018~2019년 팔달구 지동시장·미나리광시장 일대에 ‘수원천로 특화거리’ 공사를 벌였다. 

이 공사는 시장 일대에 수원의 옛 건축물과 어울리는 햇빛가리개, 푸른색·갈색 전통와당(처마 끝에 설치하는 건축재) 등을 설치해 시장의 통일감을 형성하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근본적으로는 옛 시장을 재현한다는 목적으로 ‘글로벌 명품시장’을 위해 시행됐다.

시와 수원문화재단은 외부 아케이드 지붕 재정비, 햇빛가리개·전통와당 디자인 제작 등 특화거리 조성에 총 3억6천여만원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지동시장 일원 33m 구간에 1억6천540만여원, 미나리광시장 일원 150m 구간에 1억9천460여만 원 등이다.

수원천로 특화거리에서 한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차도에서 차량을 피해 인도에 바짝 붙어 있다. 도로교통법은 휠체어 등 보행보조용 의자차가 보도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수억원을 들였지만 남은 건 ‘불편함’이다.

철재 기둥으로 보행이 가능한 인도 폭은 1m 정도에 불과해, 휠체어 하나가 겨우 지나가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등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보도 유효폭만 봐도 2m로 규정돼 있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유효폭은 1.2m 이상이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는 보도가 특화거리 곳곳에 있었다.

길 자체가 좁아 보행자들이 차도나 상가 등을 진입해 걷다 보니, 상점들도 저마다의 물품을 노상에 적치하는 실정이었다. 도로교통법상만 봐도 보도에는 노상 적치물을 놓을 수 없게 돼 있지만 수원천로 특화거리 곳곳에는 각종 바구니, 육류 냉장고, 가판대 등이 빼곡해 ‘거리’를 더 비좁게 했다.

이를 두고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시민의 통행권을 보장해야 하는 지자체에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탁상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시민의 통행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철거 등 보행안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시에도 관련 민원이 여러 차례 접수됐다. 철거는 예산상 문제 등으로 어려워 대안으로 이달 중 도보 확장공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장마가 지나고 8월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노상 적치물도 치울 수 있도록 상인회와 지속적인 계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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