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판매금지 등 ‘길목 차단’에···‘3분의 1’로 급감한 ‘해피벌룬’ 등 흡입사범[안현덕의 LawStory]

안현덕 기자 2023. 7.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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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물질흡입사범 지난해 132명···2018년(386명)보다 급감
한때 유흥·대학가 확산 사회문제였으나, 법·제도 강화로 감소
이산화질소를 처벌 대상에 포함하고, 소규모 판매도 원천봉쇄
환각물질·마약, 인체 害 있는 물질로 인생까지 망칠 수 있으나
최근 몇년새 다른 길···환각물질서 마약으로 접근 옮길수 있어
풍선효과 우려 따라 수사인력 확보 등 정부적 마약 대응책 필요
지난 21일 강원 속초해수욕장서 열린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 민관합동 캠페인’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속초시와 속초YWCA, 속초경찰서 등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속초=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때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던 해피벌룬(이산화질소) 등 환각물질을 소지·흡입했다가 적발된 이들이 최근 3년새 3분의 1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한 데 이어 소형 용기(카트리지) 판매를 금지하는 등 유통경로 차단해 환각물질 흡입 사범이 급감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 인력 보강, 감독 시스템 강화 등으로 유통·수요자의 접점을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길목 차단’식의 적극적 전략으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응해야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정 기관에 단속된 환각물질 흡입사범은 132명이었다. 이는 지난 2018년(386명)과 비교해 3분의 1 가까이로 줄어든 수치다. 환각물질 흡입사범은 20~30대 젊은 층이 유흥가·대학가 주변에서 해피벌룬을 흡입하는 등 사례가 확산되면서 2018년 한 때 400명 가까이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7년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풍선에 넣어 흡입하는 이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규정돼 처벌대상에 포함되면서 2021년 161명으로 급감했다.

환각물질 흡입사범이 크게 줄어든 요인으로 꼽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법·제도의 변화다. 해피벌룬이 차츰 사회 문제로 부각되자 환경부는 지난 2017년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질소는 △톨루엔 △초산에틸 또는 메틸알코올 △이들 물질이 들어 있는 시너(도료의 점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유기용제)·접착제·풍선류 또는 도료 △부탄가스 등과 함께 환각물질에 포함됐다. 또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처벌 대상에도 선정됐다. 해당 환각물질을 섭취·흡입하거나 같은 목적으로 소지하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처벌 대상에는 환각물질을 흡입하려는지 알고서도, 이를 판매·제공한 이들도 포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산화질소를 소형 용기 형태로 제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고시’을 개정해 지난 2020년 3월부터 시행한 바 있다. 해피벌룬에 들어가는 원료인 이산화질소를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또 사고 파는 통로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환각물질 흡입·소지 등 범죄자가 3년 만에 급감했다는 게 사정기관의 분석이다. 게다가 환각물질 흡입사범에 대해서는 처벌도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 사범의 경우 10명 가운데 6명이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또 60% 이상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환각물질 흡입사범에 대한 검찰 처리 내역을 보면, 124명 가운데 77명(62.1%)이 구공판(재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1심 선고를 받은 81명 중 49명이 1년 미만(15명)이나 3년 미만(34명)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형 선고율이 60.5%로 같은 기간 마약사범(48%)을 크게 웃돈다. 환각물질 흡입사범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건 14건으로 10명 가운데 한·두명(17.3%)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약사범 가운데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건 1986명으로 43%에 달했다.

지난 6일 서울용산경찰서에 압수된 마약류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마약·환각물질의 공통점은 인체에 해로운 것을 넘어서 한 인간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두 사건에 대한 사정 기관 대처는 사뭇 달라보인다. 해피벌룬 등 환각물질 흡입 등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몇년 새 법적 처벌 대상으로 포함되고, 유통경로마저 원천봉쇄됐다. 그 결과 사건 자체가 줄었으나 마약사건은 달랐다. 단속·감독 시스템이 사실상 멈춘 사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마약이 20~30대를 넘어 10대까지 파고들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청정국’이라는 위치를 되찾기 위한 수사 인력 확보, 시스템 보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검찰 등 사정기관이 단속강화나 시스템 설치 등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충분치 못한 만큼 범국가적 대응이 앞으로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 등 사건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환각물질 흡입사범이 감소했다는 건 긍정적 신호이기는 하나 반면 마약 쪽으로 혹시나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해피벌룬이나 본드, 부탄가스 등에 대한 접촉 경로가 차단되고 있는 사이 마약은 오히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다크웹 등 구할 통로가 더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환각물질이나 마약 사범의 공통점을 끊임없이 자극받을 수 있는 매개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마약 단속·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접촉점이 차단당한 환각물질 흡입사범들이 마약 쪽으로 유입되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되고 있는 터라 이를 차단할 범정부적 정책·제도적 보완이나 단속 등 수사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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