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학생인권조례…"교권침해 원흉" vs "대립구도 안 돼"
조희연 "학생인권도 교권도 확실히 보호해야"
조례 제정 후 교권침해 7971건→2454건 줄어
"학생인권-교권, 상충 아닌 상호보완 설정해야"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최근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고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며 교권 추락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가운데, 정부가 '학생인권조례 재정비'를 대책으로 내걸며 공론화에 나섰다.
학생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이 추락했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틀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정서행동장애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 19일 가해 학생에게 '전학' 처분을 내리고 서울시교육청에 경찰 고발을 요청했다.
지난 18일에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발령받은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학교에서 발견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배경에 '학교폭력 사안 관련 학부모의 악성 민원제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원흉이라는 주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등교수업이 활발해지며 힘을 얻어왔지만, 작금의 사태들로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지적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특히 이 부총리는 학생인권조례 속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개인의 사생활 자유'로 인해 "교사의 수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도 높아진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실시하는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이유'에 대해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은 비율은 2021년 36.2%(644명)에서 2022년 42.8%(937명)로 급증했다.
이처럼 학생인권과 교권이 반비례한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편, 학생인권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서 교권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학생인권도 교권도 확실히 보호하자는 병행론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는데, 학생인권은 학생인권대로 가고 추락했다고 비판받는 교권은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교권침해와 학생인권 간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창범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3월 주민조례청구를 통해 발의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2010년 경기, 2012년 서울·광주, 2013년 전북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음에도 교권침해 건수는 2012년 7971건에서 2018년 2454건으로 꾸준히 하락한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통계적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이 서로 상생·존중돼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조성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시의회 교육위에서 논의 중으로, 8월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 처리 예정이다.
교육부가 추진한 정책연구에서도 학생인권과 교권 간 대립보다는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지난 1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업방해 요인 발생 상황에서의 교수학습 활동 보호 방안'에 그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본부 교원정책연구실 연구진은 "교권과 학생인권과의 관계 측면에서 서로가 상충관계로 설정되기 보다는 교육여건의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에 궁극의 목표를 두고 상호보완 관계로 설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연구진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타인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무한정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타인의 권리 또한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사회 분위기 조성은 반드시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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