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 재검토에 과기계 내부 반발…대안 모색 고심

조승한 2023. 7.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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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예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과학기술계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R&D 재조정 요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최근 R&D 예산 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 묻자 참가자 중 95%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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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7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예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과학기술계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R&D 재조정 요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구자들은 정부의 R&D 예산 기조를 따르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급진적 전환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책 없는 반발이 기득권 수호나 개혁과 혁신에 대한 저항으로 비칠 가능성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최근 R&D 예산 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 묻자 참가자 중 95%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률도 이례적으로 높았다. 연총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22개 출연연 연구자 2천6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이번 설문에는 절반 이상인 1천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는 최근 정부의 R&D 사업 재검토 과정에서 출연연이 주요 사업 예산을 20% 삭감하는 안을 제출하는 등 조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커진 현장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출안에 따라 20%가 모두 삭감되는 것은 아니고 이 예산이 새로운 사업에 얼마나 투입될지에 따라 기관의 최종 삭감 규모가 결정되지만, 현장에서는 자신이 진행하던 사업 예산이 깎이는 만큼 사실상 삭감이 확정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특히 과제를 구성하는 비용 중 인건비는 그대로 두고 연구에 쓰이는 직접비만을 삭감하도록 한 만큼 연구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에서 지원하는 수탁과제도 25% 예산 삭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돌자 현장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기존 수탁과제는 이미 연구 목표가 정해진 만큼 연구예산만 깎고 목표가 조정되지 않으면 제대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과제 대신 새 수탁과제를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구자 노조들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출연연 R&D 20% 삭감 조치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고,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도 지난 19일 성북구 KIST에서 열린 창립 1주년 토론회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과학기술계는 국가전략기술·국제협력 등 정부가 밀고 있는 분야 육성을 위해 R&D 예산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지만, 자칫 졸속으로 진행될 경우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문성모 연총 회장은 "특별한 상황에서 R&D 예산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하면 유지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축소까지 가면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과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의 R&D 개혁이 단순히 예산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제도나 거버넌스를 바꾸는 방향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특정 예산만 확대한 채 다른 예산을 축소하는 데 그친다면 일회성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예산을 받아 연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 조정에 나서는 데 일방적으로 반발할 경우 이른바 '카르텔'로 비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한 연구자는 "R&D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현장에서도 알고 있는 만큼 연구자들과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에서는 빨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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