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시대, ‘제대로 된’ 질문이 필요하다
상반기에 가장 돋보인 과학기술 이슈 가운데 하나는 오픈AI가 지난해 말 공개한 ‘챗GPT’였다. 다른 정보기술(IT)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 등이 수년, 수개월에 걸쳐 달성한 ‘100만명 가입’ 기록을 단 5일 만에 이뤄냈다.
기존 인공지능(AI)이 무언가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적용돼 왔다면 챗GPT 등장을 기점으로 흐름이 변했다. 요청에 대응해 직접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AI 서비스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이제는 생성형 AI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세상에 없는 창작물을 만드는 기능이 중심이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자가학습과 판단 능력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와 요구에 부합하는 답변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따라서 간단한 질문에 답변과 부연 설명을 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청 목적에 맞는 e메일이나 기사 등도 작성해 줄 수 있다.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생성한 e메일이나 기사를 살펴보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작성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짜임새가 있다.
챗GPT가 비즈니스 환경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방면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교육이나 지식 및 콘텐츠 산업 등에 먼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도 허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지적 능력과 관련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챗GPT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점점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받은 질문에 대해 답을 반복하며 원하는 정보를 도출해 가는 과정 자체도 학습한다. 이 때문에 결과물의 정확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
문제는 챗GPT의 단점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사람이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 한, 챗GPT는 답변을 생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결국 우리의 질문이 챗GPT를 활용하는 시발점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활용 범위와 답변 결과의 품질은 훈련하는 데이터의 양이나 유형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답을 유도해 가는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줄 수 있는 AI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인간의 능력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된다.
아무리 성능 좋은 AI 알고리즘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GIGO(Garbage in, garbage out)’, 즉 잘못된 입력 값을 넣으면 잘못된 출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IT 분야 원칙은 유효해 보인다. 결국 생성형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AI와 얼마나 잘 대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학회나 세미나에 가서 발표를 하고 나면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다. 이때 나오는 질문을 잘 들어보면 발표 내용이 청중에게 얼마나 흡수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질문은 발표자의 생각을 자극하며, 해당 지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인류가 맞을 미래에 생성형 AI를 생산성 제고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과정도 비슷해 보인다. 앞으로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질문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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