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트레스 없습니다, 선수들이 더 힘들죠” 이승엽 감독은 져도 ‘앓는 소리’ 안 한다[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스트레스요? 저는 스트레스 없습니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감독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이 세상 그 어떤 직업인도 피할 수 없는 최대의 적이 스트레스다. 그런데 국내에서 10명밖에 못하는, 심지어 매일매일 결과에 따라 외부의 평가를 받는 KBO리그 감독이 이런 얘기를 했다.
체육기자를 하면서 감독의 입에서 처음 들어본 얘기다.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 진짜 죽겠다”라고 말하는 감독은 수십명 봤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다르다. 감독 경험이 일천해서가 아니다. 이 감독은 진짜 자신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도 감독만큼, 어쩌면 그 이상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의 입에서 자꾸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면, 선수들도 힘이 빠질 수 있다. 물론 “우리 감독님을 위해 더 잘 하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진짜 선수들과 감독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팀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다. 두산이 지금 그런 팀이라고 보면 된다.
이승엽 감독은 22일 광주 KIA전이 장맛비로 취소된 뒤 “스트레스요? 저는 스트레스 없습니다. 지면 스트레스인데 이기면 스트레스 없습니다”라고 했다. 지는 게 힘든 건 인정했지만, 이기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팀이 최근 10연승을 했는데, 이 감독은 정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패하면서 본인도 못하면, 실망감이 두 배가 될 수 있다. 본인들이 먼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감독보다 더 힘들다. 몸으로 해야 하고,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머리로 생각해야 하는데, 선수들이 힘듭니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다”라고 했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이 감독은 어떻게든 선수들을 잘 이끌기 위해 선수들에게 더 다가서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지도자들을 보면서 ‘이런 모습은 배워야겠다, 이런 모습은 상처 받겠다. 이런 부분을 해주면 선수들이 기뻐하겠다’는 게 있었다. 내가 야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지 않나. 담당 코치님들이 있다. 선수들이 정말 즐겁게, 필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플레이 하도록 분위기를 맞춰주는 역할이 내 역할이다”라고 했다.
물론 막상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의 리더가 돼 보니 어려움은 많다. 이 감독은 “밖에서 본 것과 완전히 다르다.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호흡하고 직접 결정해야 하는데, 당연히 밖에서 더 잘 보인다. TV로 보거나, 위에서 해설하면서 보면 선수들 움직임이 더 잘 보인다. 그런데 감독은 같은 높이(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니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있다”라고 했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8년하면서 얻은 경험도 많다. 이 감독은 “일본야구가 선진무대다. 거기서 좋은 일도 있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 그 부분이 지금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일본에서의 경험, 해설위원 시절의 경험을 최대한 살린다.
이 감독은 “항상 선수들과 호흡을 더 잘 맞추려고 하고, 팀 워크를 더 좋게 하려고 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려고 하지만, 사실 전체 선수 28명, 코칭스태프 11명인데 모으기가 힘들다. 그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보다 선수들이 내 마음을 당연히 많이 알아가고 있다. 나도 선수들의 마음에 들어가보지 못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계속 알려고 노력한다.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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