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미만 14시간한다는 ‘이 동물’…죽음도 불사한 이들의 사랑법 [생색(生色)]
[생색-8] 사춘기가 되어서였을까요. 새끼 티를 내던 그에게서 어느덧 사내의 향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성을 보는 눈빛도 찐득해졌지요. 엄마만 찾아 울부짖던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랑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외모도, 성향도 딱 자기 타입인 이성을 만난 것이었지요. 상대방도 이 녀석이 싫지는 않은 눈치입니다. 둘은 어느덧 ‘교미’에 나섭니다.
둘의 사랑이 멈출 줄 모릅니다. 마치 폭주기관차마냥 달리는 것처럼 보였지요. 3시간이 지나고, 6시간을 넘겨도, 둘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갑니다. 마침내 사랑의 행위가 중단 됐을 때는 12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섹스 중독 철부지 얘기가 아닙니다. 이 동물 수컷 대부분이 비슷한 인생을 살기 때문입니다. 강렬하고, 길고 긴 섹스. 그리고 죽음. 코알라의 친척뻘인 ‘안테키누스’ 수컷의 삶입니다.
사춘기를 맞은 이들의 행동은 썩 귀엽지 않습니다. 특히 수컷의 모습이 그렇지요. 안테키누스는 7~9월에 번식기를 맞이합니다. 남반구인 호주에서는 겨울에서 초 봄에 짝짓기 시즌을 맞이합니다.
‘마라톤 섹스’가 끝나면 쉼의 시간이 찾아올까요. 아닙니다. 이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다른 파트너를 또 찾아 나섭니다. 3주 동안 미친 듯이 파트너를 찾는 것이지요.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섹스중독자’의 모습이지요.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지만, 안테키누스 수컷의 마지막은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실제로 첫 번식기 이후 살아남는 수컷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안테키누스 대부분 수컷의 향년은 불과 1세. 포유류 치고는 상당히 짧은 수명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10마리나 되는 새끼들의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같은 아빠의 새끼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랐지요. 분명 같은 시기에 한 어미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었는데도요. 암컷은 최대 2주 동안 신체 내부에 정자를 저장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 번에 아빠가 다른 여러 새끼들을 낳는 것이지요. 같이 태어난 4마리 새끼가 ‘각각’ 아빠가 달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어미의 양육에는 색다른 원칙도 존재합니다. 어미는 새끼 수컷이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겠다 싶을 때 죄다 쫓아버립니다. ‘남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컷 새끼들이 남매지간인 암컷들과 교미를 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지요. 수컷의 엄청난 성욕을 알고 있는 셈이지요.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수컷들과 연결시켜주는 것도 어미의 역할입니다.
이 역시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수 많은 동물들이 한 번의 번식 후 사망하는 ‘일회생식성(Semelparity)’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번식기인 일정 시기에만 짝짓기를 하고 생명을 마감하는 것이지요.
나비·매미·거미·오징어·문어 같은 동물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새끼를 낳습니다. 먹이부족 혹은 다른 환경적 요인으로 사망률이 높은 이들이 번식 방법으로 알려졌지요. 포유류에서는 거의 드문 생식법이지만, 안테키누스만큼은 이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먹이 환경이 안테키누스의 번식 방법을 결정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정 곤충이 주식인 안테키누스는 먹이를 거의 먹지 못하는 시기를 거칩니다. 이들이 새끼를 낳는 8~10월은 먹이가 가장 풍부한 계절로 알려져 있지요. 젖을 먹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모가 영양을 보충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맞춰 암컷들이 발정이 나게끔 진화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ㅇ쥐와 닮은 유대류 안테키누스는 14시간동안 교미를 한다. 번식이 끝나면 기력 소진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ㅇ수명이 1년으로 짧은 탓에 한번에 모든 기력을 쏟아부어 가급적 많은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일회생식성’(Semeparity) 동물인 셈이다.
ㅇ지나친 섹스는 위험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참고 문헌>
ㅇ브론윈 M 맥켈런 외, 안테키누스의 생식 신호 광주기 :생태학적·진화적 결과, 린네학회의 생물학 저널 87권,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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