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어르신 보고 편의점 달려간 경찰…'주스 한 병' 기지, 목숨 구했다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5월 어느날 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구름 없이 맑고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군포지구대 순찰4팀 소속 송상민 경장(28)이 신고를 받고 군포역 현장에 도착했을 때 70대 정도 되는 남성 A씨가 화단에 누워있었다.
송 경장은 일단 A씨를 일으켜 세워 벤치에 앉혔다. 술에 취한 상태인가 싶어 얼굴을 가까이 대봤지만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송 경장이 A씨에게 인적사항 등을 묻자 간신히 대답은 했으나 점차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친구 아버지가 떠올랐다. 친구가 설명했던 아버지의 저혈당 증상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송 경장은 급히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가 포도주스 한 병을 샀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송 경장은 영양에 관심이 많았고 액체의 당 흡수율이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송 경장은 포도주스를 A씨의 입에 넣어주고 A씨의 몸을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A씨 의식이 점차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을 차린 A씨는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송 경장을 한사코 거절하고 자리를 떠났다.
몇 시간 뒤 지구대로 다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씨였다. 수화기 너머 A씨는 송 경장에게 "어떻게 알고 응급조치까지 해줬느냐"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송 경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경찰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고 말해주시니 뿌듯했다"며 "경찰이 되길 잘 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송 경장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6인실에는 B씨와 다른 환자 3명이 있었다. B씨는 거동이 불편해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1명의 발목에 칼을 가져다대며 소리 치고 있었다.
미닫이 문을 사이에 두고 B씨와 경찰의 대치가 시작됐다. 그때 병실 한켠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70대 남성 환자가 송 경장의 눈에 들어왔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도망 가려고 링거를 뽑았으나 병실을 나가지 못했다. 급하게 뽑은 링거 때문에 팔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군포지구대는 진입 작전을 세웠다. 팀장이 문을 열면 방패를 들고 있던 송 경장이 진입해 제압한다는 계획이었다.
역할 분담을 하던 그 때 B씨가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닫힌 문 너머 경찰들이 무언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자 궁금해 고개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 B씨의 칼이 환자의 몸에서도 멀어졌다.
송 경장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진입해 방패로 B씨의 몸을 밀어 쓰러뜨렸다. 그리고 동료들이 합심해 B씨의 양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당시를 회상하며 송 경장은 "피흘리며 불안에 떨던 할아버지의 눈빛을 보고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친 사람 없이 피의자를 제압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했다.
군포지구대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한 송 경장은 앞으로 '범인 잡는 형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범죄 피해자를 보면 나이가 많거나, 돈이 없거나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며 "범인을 잡는 일로 그들을 돕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송 경장은 범죄 피의자가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 경장은 "범인을 엄히 처벌한 뒤에 그가 다시 범죄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할 수만 있다면 피의자들 처벌 이후의 삶도 신경쓰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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