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이 뭐길래…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도권 경쟁 치열
삼성·하이닉스 차세대 제품 개발 가속…점유율 두고 신경전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요즘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다.
메모리 불황으로 반도체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는 가운데 HBM이 불황 탈출의 열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HBM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재로 인식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챗GPT 등 AI 시장 성장세에 고성능 메모리 HBM 급부상
HBM이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위해선 우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GPU는 이름 그대로 게임이나 동영상 등 그래픽 연산에 특화된 프로세서로, AI 연산에도 활용된다.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GPU는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도래는 GPU의 발전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으로 GPU 강자인 미국의 엔비디아가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것은 챗GPT의 등장 등 AI 열풍 덕분이다.
챗GPT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해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GPU에는 고성능 메모리인 HBM이 탑재된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려면 데이터 처리와 저장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HBM은 쉽게 말해 D램을 쌓아 만든 제품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초기 HBM 역시 고성능 그래픽 작업을 위해 제작됐으나, AI 등으로 GPU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HBM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2억9천만GB(기가바이트)로 작년보다 6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또 내년에는 30%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 선두 주자 SK하이닉스 "내년 HBM 물량 2배로 성장"
HBM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전체 D램 시장의 독보적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지만 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개사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을 각각 50%, 40%, 10%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양산에 성공했다. HBM3는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24GB 12단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12단 HBM3는 제품 안에 적층된 D램 칩의 개수를 8개(기존 16GB 제품)에서 12개로 늘려 용량을 50%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된 주요 기관투자가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비공개 기업설명회(IR)에서 내년 HBM 물량이 올해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판매량은 2분기에서 3분기로 가며 약 70% 성장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현재 독점하고 있는 가장 최신 제품인 HBM3는 2배 수준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HBM3 24GB 양산 준비 완료…"시장점유율 50% 이상"
삼성전자 역시 HBM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6.4Gbps(초당 기가비트)의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 중이며 이미 양산 준비를 완료했다.
또 차세대 HBM3P 제품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과 진행한 '위톡'에서 "최근 (삼성의)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트렌드포스의 추정치와는 달리 HBM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HBM 시장에서 경쟁력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HBM 시장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또 그동안 모바일과 고성능 컴퓨팅(HPC)에 주력해온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판세의 변화도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까지 4세대, 5세대 제품인 HBM3, HBMP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공급을 시작하고 내년부터 6세대 HBM 양산도 시작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매출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3 가격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6∼7배 높고, 향후 5년간 AI 서버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할 것"이라며 "중장기 삼성전자 D램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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