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접경 르포②] 탈북자들의 통로 '혜산'… 총 든 인민군 삼엄한 경계
북한 주민들 일상 생활과 대조… 자강도 새 마을도 눈길
[편집자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경색된 한중관계까지……. 한국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 정세 속에서 북한과 중국을 접하고 있는 1500㎞ 접경지역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뉴스1은 북중접경지의 모습을 4편의 현지 르포를 통해 소개한다.
(바이산=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의 양강도 혜산과 마주한 중국 지린성 바이산시 창바이현.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압록강 폭이 불과 100m도 안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지만, 중국 공안의 감시와 건너편 북한 인민군의 경계가 상당히 삼엄한 '이채로운' 곳이기도 하다.
창바이현에 진입하는 길목에선 중국 공안들의 깐깐한 검문을 거쳐야 했다. 공안은 바디캠(몸에 부착하는 소형 카메라)을 착용한 채 기자를 포함한 방문객 일행의 직업·사는 곳 등을 꼼꼼히 물었다. 또 일행의 차를 따라다니며 북측 지역 사진을 찍는 모습과 어느 식당이나 숙소를 가는지 등등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곳에 이렇게 공안이 포진돼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탈북민 감시 차원이다. 또 강폭이 좁은 관계로 북한을 살펴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데 대해 북한 측에서 중국에 항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라고 한다.
혜산은 탈북민들의 주요 '탈북 루트' 중 하나다. 창바이현은 조선족 자치현이어서 탈북시 '말이 통하는' 조선족의 도움을 받기 용이하고 옌지까지 걸어서 10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은 탈북민을 인솔해야 하는 브로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최근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탓에 이곳 경계도 한층 삼엄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 건너 보이는 북한 양강도 혜산은 '무역 도시'란 별칭답게 다른 북한 측 접경지역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서 있고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제법 모양새를 갖춘 연립주택이나 갓 지은 듯한 신식 건물, 큰 대강당 등도 눈에 띄었다.
혜산은 양강도청이 있고, 북중 간 접촉면이 넓다보니 정식 교역은 물론 밀수도 많아 다른 곳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이란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궤도전차가 '빠앙' 하는 경적 소리를 울렸지만 혜산시의 아침은 평온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목재 공장에서 조회를 하며 일상을 시작했고, 골목 어귀에서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만 압록강변 북한군의 동태는 엄중한 모습이었다. 창바이에 머무는 내내 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서는 북한군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압록강 건너엔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도 보였다. 이 탑은 일제시대 김일성 주석이 보천보를 습격한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양에서 먼 접경지이고 낙후된 지역이라고도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역사'의 첫 흔적은 여기에 있었다.
각종 사상문구가 쓰인 탑이나 비석, 빨간 글씨의 선전문구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다른 접경지보다 혜산에 유난히 선전구호들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경제력을 갖췄지만 가장 많은 탈북민들이 '자유를 찾아 떠나가는' 도시를 관리해야 하는 북한 당국의 속내가 엿보이는 듯했다.
혜산에서 압록강을 따라 서쪽으로 20~30㎞가량 내려오면 양강도 김정숙군이, 다시 그만큼을 더 내려가면 김형직군이 있다. 김정숙군은 본래 함남 신파군이었으나 195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양강도가 신설되면서 편입됐다. 김형직군도 본래 후창군이었지만 1988년쯤 이름이 변경됐다.
이들 두 지역은 김일성 주석 '우상화'를 위해 만들어졌단 특징이 있다. 김정숙은 김일성 주석의 부인이며, 김형직은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다. 백두혈통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우상화 전략 차원의 지명이라고 볼 수 있다.
창바이현에서 압록강변을 따라 하류로 향하던 도중 잘 정돈된 마을이 나왔다. 북한 자강도 중강군의 마을이었다.
이 중강군엔 '3월5일 청년광산'이 있어 동광을 채취한 후 남은 흙이 마을 주변 10㎞ 내외에 널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강 건너로 보이는 마을엔 최근 지은 듯한 깔끔한 디자인의 살림집들이 줄지어 들어선 모습이었다.
3년 전 이곳을 보기 위해 왔던 북한대학원대학교 관계자는 "과거엔 공안이 이 지역을 볼 수 없게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이 마을이 공사 중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쪽에선 마을을 '선전마을'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깔끔하게 조성된 마을이라는 얘기다. 우리 일행 중에선 접근성이 떨어지는 접경지에서, 그것도 중국을 상대로 한 선전을 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북한에서 이렇게 잘 조성된 마을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애민주의' 기조, 또 북한의 '지역균형발전' 기조에 따라 낙후된 지역 곳곳에 수천 세대의 살림집을 짓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접경지를 따라 이동하면서 수시로 새로 지은 살림집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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