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독감 유행…'역대 최장' 10개월째 유행주의보 발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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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여름이 꺾이는 상황에서 독감 유행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환자 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면서 지난해 9월 16일 발령된 유행주의보도 장장 10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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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8주차인 지난 9∼15일 전국 196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사환자 수는 1천 명당 16.9명이었다.
직전 주의 16.3명에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최근 3주 연속 증가세다.
질병청은 주간 보고서에서 "이례적인 여름철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16.9명은 2022∼2023절기 독감 유행기준인 1천 명당 4.9명의 3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여름이 꺾이는 상황에서 독감 유행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환자 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면서 지난해 9월 16일 발령된 유행주의보도 장장 10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
독감 유행주의보는 유행을 미리 알려 예방조치 등을 선제적으로 하기 위한 경보체계로, 매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인 당해절기 유행기준을 초과할 때 전문가 자문을 거쳐 즉시 발령된다. 이후 의사환자 수가 유행기준 미만으로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해제한다.
이번 절기엔 3년 만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것인데, 발효 기간은 국가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체계가 구축된 2000년 이후로 역대 최장 수준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공식적으로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해제 시점 기록 남아있는 것은 2011∼2012절기 이후부터로, 지금까지 주의보가 가장 오래 유지됐던 것은 2018∼2019년 절기였다. 당시 11월 16일 발령된 주의보가 7개월여 만인 이듬해 6월 21일 해제됐다.
2000년 이후로 기간을 넓혀봐도 이번과 같은 장기 유행주의보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유행기준을 웃도는 환자 수가 가장 오래 이어졌던 때는 유행기준이 2.6명으로 낮았던 2009∼2010절기였는데 그때도 6월인 24주차부터 유행기준 아래로 내려왔다.
해마다 유행기준이 다르고, 이번 절기 유행기준이 비교적 낮게 잡혔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7월 이후까지 두 자릿수 의사환자 비율이 유지된 해는 한 해도 없었다.
올해의 경우 절기가 끝나는 8월 말까지도 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으면 사실상 1년 내내 유행주의보 발효 상태인 셈이다. 9월 이후엔 새 절기 유행기준이 적용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올해가 이례적인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코로나19 기간 전 국민이 방역조치를 잘 지켜 2년간 독감 유행이 없다 보니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 정도가 낮아 유행이 장기화했다"고 분석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 기간 독감 유행이 없어 사람들이 면역이 없는 상황인 데다 팬데믹 피로감에 개인 위생수칙 준수에 대한 경각심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이례적인 장기 유행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전환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런 식의 여름철 독감 유행이 계속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유행이 현재 완연한 상승세여서 9∼10월 날씨가 쌀쌀해지고 '3밀'(밀집·밀폐·밀접) 활동이 늘어나면 코로나와 독감 환자가 함께 늘어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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