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싫어서' 코스닥 떠난다지만…코스피가 더 혹독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스피 이전 상장의 주요 목적으로 꼽히는 '공매도 축소' 효과가 실제로는 기업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닥보다 유가증권시장의 대외 신인도가 뛰어나 기관과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제 이전한 기업들의 순매수액 추이를 보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소속을 옮긴 기업은 모두 11개사다.
2016년 2개사(한국토지신탁·동서), 2017년 1개사(카카오), 2018년 1개사(셀트리온), 2019년 3개사(더블유게임즈·포스코퓨처엠·콘텐트리중앙), 2021년 2개사(엠씨넥스·PI첨단소재), 2022년 1개사(LX세미콘)가 각각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다. 2013∼2015년과 2020년에는 이전한 기업이 없었다.
이들 11개사별로 시장 이전 뒤 개별종목의 공매도 증감 추이는 기업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
이전 상장일 전후 1년간 공매도 전면금지일(2020년 3월 15일)에 걸리지 않는 가장 최근 이전 상장한 5개사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을 비교한 결과다.
동서, 더블유게임즈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으나 한국토지신탁과 카카오, 셀트리온은 코스피로 이전한 뒤 오히려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났다.
증가 폭 역시 한국토지신탁은 24.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카카오는 증가율이 180.1%나 되는 등 제각각이었다.
공매도 세력을 피해 시장을 이전해달라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코스피로 이전한 셀트리온은 이전 상장 뒤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81.18% 늘어났다.
시장 관계자는 "코스피냐 코스닥이냐가 아닌 기업별 상황에 따라 공매도 증감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증권시장은 코스닥시장 대비 공매도 비중이 큰 시장"이라며 "코스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오히려 공매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표] 시장 이전 전후 1년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실제로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비중(공매도 거래대금을 전체 거래대금으로 나눈 값)은 5.13%로,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비중 1.94%보다 약 2.6배 높았다.
2014년부터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 2019년까지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공매도 비중은 4.98%에서 6.38%로 늘어 1.4%포인트(p)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은 1.63%에서 2.38% 늘어 증가 폭이 0.75%p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서 현재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시장 때문이 아니라 기업 개별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공매도가 코스피200 종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현재 제도에선 이전 상장으로 잠시 피해 갈 순 있겠지만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거나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순간 도로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가증권시장 이전 이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효과도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 시장 이전 전후 1년간 기관·외국인의 종목별 순매수 금액을 집계한 결과 한국토지신탁, 카카오, 더블유게임즈, PI첨단소재 등 4개 종목은 기관·외국인 투자자 순매수액이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2017년 7월 10일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카카오는 같은 해 9월 15일 곧바로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됐음에도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서 자금 유입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PI첨단소재 역시 2021년 8월 9일 이전한 뒤 약 4개월 뒤인 12월 10일에 코스피200 지수 구성 종목이 됐으나 외국인은 오히려 주식을 매도했다.
[표] 시장 이전 전후 1년간 기관·외국인 투자자별 순매수 금액(단위: 십억원)
올해는 SK오션플랜트와 비에이치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마쳤고 NICE평가정보는 코스피 이전을 위한 상장 예심을 청구한 상태다. 여기에 포스코DX와 엘앤에프도 회사 내부적으로 이전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엘앤에프, NICE평가정보, 포스코DX, 비에이치는 지난해 11월 거래소가 출범시킨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편입 종목이어서 코스닥 글로벌은 출범 1년도 안 돼 편입 종목들이 대거 이탈하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거래소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일부에 대해서는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 상장의 장점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장을 옮겨간다면 코스닥시장의 소외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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