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깨고 3분기 흑자전환 기대감… '45조 누적적자' 웃지 못하는 한전
3분기부터 흑자전환 예상 속 "적자해소·미래투자 위해 축배 일러"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역마진에 허덕이며 천문학적 적자에 시름해온 한국전력공사(015760)가 3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에너지원가 하락 추세에 힘입어 전력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역전 현상이 해소되고, 전력 사용량도 늘면서 흑자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7월 들어 전력 사용량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달 1일 최대전력은 6만9581MW를 기록했는데 이틀 뒤인 3일에는 전력수요가 8만4023MW까지 급증하며 공급 예비율이 17%까지 떨어졌다.
이후 기상 상황에 따라 낙폭은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중심으로 최대전력 8만MW를 상회하며 전력 수요량이 급증 추세이다. 7월 1~20일 중 일 최대전력 7만MW를 하회한 날은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덮은 날을 중심으로 5일(7월 1·2·8·9·16일), 7만~8만MW는 2일(5일·15일)을 기록했다.
일 최대전력이 8만MW를 상회한 날은 총 13일로, 맑은 날 대부분은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공급예비율은 최저 17%까지 떨어졌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이 충분한 설비용량을 바탕으로 공급능력과 공급예비력을 탄력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수급에 큰 차질은 없다.
전력 수요 피크기를 맞은 가운데 그간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요금 역마진 구조를 깬 한전은 한숨 돌린 분위기이다.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상회한 것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단 한 차례(2022년 6월)에 불과할 정도로 한전은 1년6개월여 간 만성 적자구조에 시달려왔다. 그러던 한전이 5월들어선 발전사들로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32.43원에 구매해 소비자에게 138.83원에 팔아 KWh당 6.4원의 이익을 냈다.
이처럼 판매단가가 구매단가 이상으로 형성되면서 한전은 전력 수요가 늘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마진은 작더라도 높은 전력수요를 토대로 적자 폭을 최소화하거나 약간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마련됐기 때문이다.
발전소들이 전력생산에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원재료들의 가격도 하향안정 추세여서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한전의 흑자전환 및 적자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 외로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 LNG가격은 지난해 12월 JKM(일본-한국 시장가격) 기준 MMbtu(영국백만단위열량)당 32.3달러에서 10달러대로 3분의 1가량 하락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에 따라 국내 LNG 수입단가도 올 2월 톤당 1102.9달러에서 4월에는 톤당 698.1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면 역마진의 주요인이었던 전기요금은 차곡차곡 발전원가와 차이를 좁혀왔다. 지난해 2분기 KWh당 6.9원을 시작으로 5분기에 걸쳐 KWh당 총 40.4원이 인상됐다. KWh당 구입단가가 40원 안팎으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는 점도 한전 재무구조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흐름 속에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2분기까지는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3분기부터는 1조원 이상의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은 올 3분기 1조70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흑자로 전환하더라도 천문학적으로 누적된 부채를 해소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송변전선 관리·확충 및 미래기술 개발·투자 등에 필요한 금액을 감안하면 축배는 이르다"며 "한전 재무구조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수요가 줄어들수록 높은 단가의 발전원 가동이 줄어 보다 효율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한만큼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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