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곧 우리 현실"…서이초 교사 사망에 움츠린 예비 선생님들

한병찬 기자 서상혁 기자 2023. 7.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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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쉬는 교대생들 "학생·학부모 무서운 시대…일상된 교권 침해"
현직교사 "교권보호위원회 유명무실…아동학대 처벌법 개정해야"
22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와 별개로 합동조사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2023.7.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서상혁 기자 = "1~2년 뒤 마주할 현실인데…교직을 선택한 게 후회됩니다"

21일 오전 10시쯤 서울교육대학교 앞에서 만난 교대생 심모씨(22)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올해 임용고시를 앞둔 이씨는 "교사라는 이유로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분하고 무기력하다"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분향소에 다녀올 생각이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교대생 이모씨(23)도 "학생들이 좋아서 교단에 서고 싶었는데 이제 학생과 학부모가 무서운 시대가 됐다"며 "회의감이 많이 들고 과거로 돌아가면 교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검은 옷을 갖춰 입은 이들은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로 향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데 이어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인 A씨(23)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특히 A씨의 사망 배경에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등 교권침해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예비 교사들은 무너져 내린 교권의 실태에 대해 성토했다.

◇ 교대생 "교직 선택 후회하기도…교대 포기하고 떠나기도"

이날 서울교대에서 만난 수학교육과 이모씨(23)는 "양천구 초등학교 폭행 사건의 경우 폭행당하면서도 '소리를 지르면 폭력'이 되니까 마지막까지 소리 한번 못 내지 않았냐"며 "오래전부터 얘기됐던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 사람이 다치고 죽어서야 관심을 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선배 교사들이 일하는 현장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으며 교직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에서 시민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정식 추모공간은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다. 2023.7.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임용고시를 앞두고 그룹 스터디를 다녀온 교대생 임모씨(23)도 "아이들이 저희를 폭행하려고 하면 저희는 도망칠 수밖에 없다"며 "교사를 지켜줄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는 현실에 반수를 하거나 졸업하고도 임용고시를 보지 않을 거라는 학우들이 엄청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씨는 "우리 학과에서만 10여명 정도 나갔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며 평범하게 사는 삶을 원했는데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현실이다 보니 학우들이 교사의 꿈을 포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체벌이 심한 선생님을 만난 후 '저런 선생님이 되지 말자'는 목표에 교대를 진학한 공모씨(22)는 "처벌권은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정당한 지도를 했을 때 교사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나 정책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든 고소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제도 개선 시급해"

현직 교사들도 교권이 추락한 교단의 현실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을 맡고 있는 이모씨(27)는 지난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지닌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제지하다가 폭행당했다. 이씨는 "현재 비상식적인 교권 침해 사례가 빈번하다"며 "학생으로부터 교권을 침해당했을 때 교권보호위원회라는 명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위원회를 열어도 처벌은 대부분 없고 위원회를 열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학부모는 교사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협박의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며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고 학교 차원에서 민원 창구를 개설하고 민원에 대해 처리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도 생겨야 한다"고 제시했다.

용인에서 교직을 맡고 있는 이모씨(31)도 다른 학생을 가위로 위협하는 학생을 말로 지도하다가 "선생님도 찔러버린다"며 협박당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생활지도를 함에 있어서 언제든 고소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학교도 문제를 만들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악성 민원과 허위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들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년 차 교사인 원모씨는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차원과 교권 침해를 받았을 때 지원하는 대책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고 제시했다. 원씨는 "학부모가 고소하면 교원이 스스로 교육청에 신고하게 돼 있는데 교권 침해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시간, 노력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며 "무고성 고소를 예방하는 법률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원책에 대해서는 "무고로 판결이 나더라도 교사들은 트라우마를 겪는 데 정서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고 교육청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인권이 중요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도가 기울어져 있다"며 "학부모가 학교에 출입할 때 통제한다든지 담임 교사를 만나기 전에 상담할 수 있는 교사를 따로 두는 등 교사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초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3.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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