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만 붙었다 하면 ‘묻지마 상승’…에코프로 3형제, 올 코스닥 상승의 40% 견인 [밈처럼 요동치는 K-증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쏠려도 너무 쏠렸다. 상반기를 거친 올해 국내 증시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2차전지를 선두로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특정 섹터에 대한 쏠림 현상을 넘어서 코스닥 시장 내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株) 등 특정 종목의 주가 급등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급등세로부터 한 발 떨어져 있던 것으로 여겨지던 시가총액 최상위 대형주들의 주가가 요동친 것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어두운 그림자가 ‘상한가’를 친 일부 대형 종목에 가려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착시 현상’이 더 심화됐다는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대비 지난 20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16.27%, 37.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 지수 평균 상승률보다 주가가 더 오른 종목들의 비중은 각각 23.39%, 22.10%였다. 두 지수 모두 전체 종목의 4분의 1이 전체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 쪽은 코스닥 시장이다.
올 들어 20일까지 에코프로 그룹 3개 상장사(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시총 증가액이 전체 코스닥 시총 증가액 중 비율은 38.19%에 달했다. 코스닥 전체 시총 중 에코프로 그룹주 시총의 비율이 14.54%인 것을 고려하면 시총 증가에 기여한 비율은 2.63배에 이르는 셈이다.
에코프로 그룹 3개 상장사의 주가 상승세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 예상 코스닥지수는 835.27로, 20일 종가 기준 931.60에 비해 96.3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코스닥 내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종목의 시총 증가액이 코스닥 시총 증가액 중에 차지하는 비중은 49.85%에 달한다. 전체 코스닥 종목 수의 1.88%에 불과한 30개 종목이 올해 코스닥 시총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었다면 상반기 주요 20개국(G20) 주요 증시 중 코스닥지수가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주가가 급등한 종목의 경우 소형주인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형주의 급등 현상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코스닥 시총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각각 35조4530억원, 28조8378억원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에코프로의 주가는 올해만 984.47%가 오르며 코스피·코스닥 종목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률도 291.97%로, 코스닥 12위를 차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경우 연초엔 ‘2차전지 소재 대장주’로 묶이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현재 주가 수준은 향후 10년치 예상 실적과 수주 잔고 등 근거 수치를 총동원해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평가론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근의 주가 상승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호재로 작용한 것에 더해 ‘숏 스퀴즈(주가 하락을 기대했던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 압박을 못 이겨내고 빌렸던 주식을 되갚기 위해 높은 가격에도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현상)’가 수차례 거듭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코스닥 시총 6위(조7207억원)이자 공장 자동화 등 로봇 관련주로 묶인 포스코DX는 상승률 9위(396.80%)에 이름을 올렸고, 코스닥 시총 17위(2조2707억원)인 의료 인공지능(AI)기업 루닛은 상승률 6위(517.45%)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코스닥에 비해 쏠림 현상이 덜했던 코스피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포스코 그룹주’이자 대표 2차전지 소재주로 분류되는 코스피 시총 10위(35조9817억원) 포스코퓨처엠이 상승률 158.06%로, 상승률 24위를 기록했다.
특정 종목에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에 희소해진 성장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표적으로 배터리 양극재 종목의 경우 다른 섹터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유독 돋보였다”며 “유튜브 등 새로운 통로를 통해 주식 정보를 공유하고 투자하는 문화가 널리 퍼진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급등세가 뚜렷한 일부 대형 종목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종목토론방, 온라인 주식거래앱 게시판 등에는 주주들이 ‘수익률 인증’ 글을 게시하고, 이를 본 투자자들이 추매에 나서거나 ‘포모(FOMO·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 증후군’에서 벗어나고자 서둘러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김 센터장은 “과거 증시 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오던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급등주에서만큼은 눈에 띌 정도로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급등 종목의 ‘관련주’로 분류된 덕에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 그룹 상장사란 이유만으로 지난 19일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름에 ‘에코’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가가 밸류에이션에 비해 급등한 종목도 있다. 에코플라스틱(+150.85%), 에코앤드림(+61.08%)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당 종목들은 실적 개선이란 분명한 호재가 있긴 했지만 현재 수준의 주가 급등세를 설명할 만큼의 재료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최근 급등한 주가를 중심으로 하락에 베팅, 이윤을 얻으려는 공매도 집중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기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잔고금액은 각각 1조3997억원, 1조2428억원으로 국내 증시 시총 2위 LG에너지솔루션(1조1209억원)보다 많았고, 국내 증시 시총 1위 삼성전자(5595억원)의 2배 수준을 훨씬 더 넘어섰다.
김 센터장은 “‘테마주’나 특정 섹터에 대한 쏠림 현상은 과거 증시에서도 늘 있어왔지만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은 다소 이례적이고 과도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일종의 거품은 꺼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 전반의 흐름으로 봤을 때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역시 경계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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