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도입 '외국인 가사도우미' 인권침해 우려 여전

윤다정 기자 2023. 7.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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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9 비자' 고용허가제 인력, 사업장 변경 힘들어
'사적공간' 특수성도 존재…젠더폭력 피해 우려도
ⓒ News1 DB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정부가 올 하반기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인권침해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사·육아노동은 제조업, 서비스업과 달리 개인의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특성상 공적 관리가 쉽지 않은데다 정해진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3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 가사와 돌봄 등을 위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는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며 그간 준비해 온 일본형 '인증기관 고용방식' 시범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민간 인증기업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해 가정과 이용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선 100명 내외 외국인의 국내 입국을 비전문 취업 비자인 'E-9' 체류 자격으로 허가할 방침이다. E-9 비자는 고용허가제 인력으로 정해진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3년간 체류가 가능하다.

이때 E-9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근로계약 해지·만료 △휴·폐업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 △상해 등으로 근무가 어려운 경우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설치된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가 부당한 대우 등 사업장 변경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의 법과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그대로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지금도 이주여성노동자들은 기본 주거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 임금체불 문제 등에 더해 성폭력 피해에도 노출되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2021년 폭력피해 이주여성 판례분석'에 따르면 이주여성은 노동현장에서 △사업주에 의한 성폭력 △기숙사 내 성폭력 △사업장 등의 불법촬영 피해 등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지난달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가사 노동자의 현실과 노동권 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이주가사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라는 위계와 저임금 노동, 외부시선에 노출되지 않는 사적인 공간, 의사소통의 문제, 한국시스템의 이해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젠더 기반 폭력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홍콩에서는 부부가 공모해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인 해외 국가의 경우 △고용주 교육 △인권침해 방지 계약 규정 마련 △행정당국의 정기적인 외국 인력 상담 △외국인력 비상 신고 시스템 등의 인권보호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 가정의 인권침해가 확인되면 벌금을 부과하고 외국인력 고용을 제한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민간기관이 외국인력과 고용계약을 맺고, 이용가정은 특정기관과 도급계약을 맺음으로써 외국인력 보호와 관리를 공급자인 민간 업체가 책임지는 방식을 도입했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양육행복도시연구그룹장은 지난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국도 이러한 다양한 방안을 참고해 국내 제도와 문화에 적합한 외국인력 인권보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가사서비스 인증기관 고용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한 것"이라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을 받으려면 가사근로자의 고충처리 수단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가사근로자를 위한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고용센터, 외국인력상담센터 등을 통해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구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고용해 가정으로 서비스를 보내는 방식이므로 사업장 변경과도 관련이 없고 인권보호나 부당한 대우 방지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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