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발견시 14박 포상휴가"…해병대, 무리한 수색 독려 의혹
소방청 "물밖 도보수색구역 협의했었다"…해병대 "일방적 주장, 수사 사항"
(예천=연합뉴스) 김선형 윤관식 박세진 황수빈 기자 = "물에 들어가도 좋다."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과 중대원들에 대해 해병대측이 14박 15일 포상 휴가를 당근으로 급류 속 맨몸 수색을 사실상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채 상병과 동료들은 강변에서 도보로 육안 수색을 하며 물에 발도 담그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 당일 채 상병과 중대원들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보문교 내성천에 입수했다.
수영을 '잘'하지 못했던 포병대대 채 상병도 전우들과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
수심은 발목 깊이에서 시작해 점차 허리 깊이 물속까지 깊어졌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는 않았으나, 어떠한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따금 간부들이 "허리보다 깊은 곳에는 가지 마라"고 외쳤다고 부대원들은 전했다.
공식적인 수영 훈련 단 한 번…전우 "채수근 상병, 수영 못했다"
채수근 상병은 수영을 잘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우들은 기억했다.
한 전우는 연합뉴스와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물에 빠졌던 나머지는 대부분 약간의 수영은 할 줄 알았으나, 채수근 해병은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며 "해병대에서 수영을 배운 건 훈련소에서 하루 배운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병대대 특성상 물에 갈 일이 없다"라며 "수중 수색 경험은 사고 당일이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비극이 발생한 19일의 강변 수색 작전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됐다.
전날까지는 경북 예천에 폭우가 쏟아졌다.
지켜보던 어른들은 삽과 장화에만 의지한 위험천만한 수색을 사진으로 남겼다.
9명이 한조로 '3×3' 바둑판 모양으로 대열을 맞춰 강바닥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이들의 손엔 삽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오전 9시 3분께 사고는 눈 깜짝할 새 일어났다.
1열에 있던 병장과 채수근 상병, 그리고 일병이 물속에 '우수수' 빠졌다.
2열에 있던 전우들이 1열의 세 명의 병사에게 삽을 뻗쳐주다가 다 함께 물에 빠졌다.
3열 등 뒤에 있던 이들도 삽자루라도 던졌다고 한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이들은 배영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빨간 해병대가 떠내려간다"…해병 '9시 3분' 첫 신고 존재 몰랐나
목격자들은 채 상병이 일반 성인 남성이 물 밖에서 달리기하는 속도로 떠내려갔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를 목격한 주민에 따르면 부사관 1명이 급하게 현장에 있는 누군가를 부르며 달려가자 모래 위에 있던 하사 등 간부 3명도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사고를 목격한 또 다른 누군가는 물 밖에서 119상황실에 신고했다.
119상황실에는 19일 오전 9시 3분 "커피숍에 있는데 빨간 해병대가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오전 9시 8분께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며, 선착대가 오전 9시 26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해병대 측은 당시 이 신고 유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의 한 부사관은 오전 9시 11분께 먼발치에서 상황을 목격한 주민과 당시 막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다급히 "119, 119"를 외치며 신고를 요청했다.
지휘관의 휴대전화 유무와 사고 발생 즉시 신고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 불가'로 일관했다.
한 부대원은 "현장에 있던 간부는 대부분 하사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육군 2작전사령부와 50사단 측은 해병대 안전 수칙은 현장지휘관이 결정한다고 연합뉴스에 알렸다.
사실상 군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하사'들이, 거기다가 수중 수색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포병 소속이 폭우 직후 강변 수색을 지휘했다는 의미로 들리는 말이다.
도보 수색 아닌 '수중 삽질' 왜 했는가?
해병대는 사고 당일 석관천에 388명을 투입해 실종자 탐색 작전을 펼쳤다.
사고가 난 보문교 일대는 간방교∼고평대교 11km 구간 중 하나다.
해병대는 예천에 투입된 첫날인 지난 18일부터 실종자를 발견하며 "역시 해병대"라는 찬사를 받았다.
실종자를 발견한 해병대원에게는 14박 15일의 포상 휴일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포상 휴일은 병사들에게 큰 자발적 동기가 됐다.
시신을 본 젊은이에게 심리적 위로도 되고 작전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독려책이었다고 부대 관계자는 밝혔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사실상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찰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병사는 없었다"며 "그냥 본인이 알아서 조절해서 깊은 곳 안 가면서 수색하는 거였다"라고 말했다.
구조나 수색 전문가가 아닌 포병대대가 무리하게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수색에 동참한 여러 기관이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사고 당일 성명에서 "재난 상황에서 군 장병이 대민 지원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면서 "다만 수해 복구나 실종자 수색 보조 업무가 아니라 하천에 직접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경험이 없는 일반 장병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수색 당국의 한 관계자도 "스스로 인지하고 알아서 행동하는 경찰이나 소방관과 달리 군인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 순발력 있게 행동하기 어려워서 수중 수색에 깊게 관여하는 건 안 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대변인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병대측에) 도보로 물 밖에서 수색하라고 했다. 도보 수색 구역을 협의했을 뿐, 구명조끼나 안전장치 없이 물에 들어가라고 협의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병대 측이 실종 수색 실적을 높이고자 실종자가 많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수색 구역을 배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이기원 해병대 1사단 공보실장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독립 기관인 해병대 수사단에서 수사 중인 사항이라서 임의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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