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비켜'···네이버·LG의 초거대 AI 생존 전략은?[AI토피아]

김성태 기자 2023. 7.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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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다음달 24일 '하이퍼클로바X' 공개
차별화된 학습 데이터·소버린AI 전략
LG, ‘상위 1% 전문가 AI’ 추구
업스테이지, 페이스북 꺾고 세계 1위 등극
카카오·엔씨소프트·KT도 연내 공개
“소수 기업 독식 구조 아냐”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오픈AI와 구글이 앞다퉈 국내 초거대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에 나서는 가운데 토종 기업들이 반격에 나선다. 네이버는 다음달 24일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다. ‘하이퍼클로바X’는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전문 분야에 특화한 초거대 AI라는 점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다. 또 네이버는 데이터주권 및 규제 준수 등을 보장하는 '소버린 AI'로 해외영토도 확장할 계획이다. LG(003550)는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2.0'을 공개했다. LG은 ‘엑사원 2.0’을 '상위 1% 전문가 AI'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초거대 AI 개발 두 달 만에 메타를 넘어선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모델 고도화를 지속한다. 카카오(035720)엔씨소프트(036570)(NCSOFT), KT(030200)도 연내 초거대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토종 기업은 한국어 특화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고품질 데이터 학습으로 성능을 높여 ‘디지털 기술 주권’을 수성할 지 주목된다.

네이버, 차별화된 학습 데이터·고객 보안 유지 강점
최수연(오른쪽)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제공=네이버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기존의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하이퍼클로바X’를 다음달 24일 공개한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에이전트 ‘클로바X(CLOVA X)’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퍼클로바X의 강점은 한국 사회의 법, 제도,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해 소통하는 능력이다. 한국어 중 50년치의 뉴스와 9년치의 블로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픈AI의 'GPT-4'나 구글의 ‘팜2(PaLM2)’ 등 영어 중심 모델에 비해 한국어 특성에 맞춘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이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자신의 저서 ‘AI전쟁’에서 “한국어와 관련된 콘텐츠 생성 품질 기준으로 GPT-3.5를 훨씬 넘어 GPT-4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하이퍼클로바X는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전문 분야에도 특화됐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사진제공=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를 연계할 자체 서비스가 많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정부·기업 고객 유치에 필요한 실증 사례를 효과적으로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개발된 검색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 ‘큐:’의 베타테스트를 9월 실시한다. 또 콘텐츠 제작 툴 ‘스마트에디터’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새로운 버전의 글쓰기 도구를 블로그 창작자를 대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중소상공인(SME)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AI 솔루션 개발도 검토되고 있다. 네이버는 연내 일본 기업용 협업 도구인 '라인웍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구축형으로도 제공한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기업 고객의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기업 고객 맞춤형 솔루션 ‘하이퍼클로바X를 위한 뉴로클라우드’도 10월 중 선보인다. 서버 인프라를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내부에 직접 설치해 하이퍼클로바X에 최적화해 한층 뛰어난 보안을 갖춘 초거대 AI 기술 솔루션을 지원한다. 네이버는 데이터주권 및 규제 준수 등을 보장하는 '소버린 AI' 전략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LG, ‘상위 1% 전문가 AI’ 추구
1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엑사원(EXAONE) 2.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

LG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초거대 AI '엑사원 2.0'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엑사원 2.0의 목표는 '상위 1% 전문가 AI'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로 개발됐다. 이를 위해 고품질의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특허와 논문 등 전문 문헌 약 4500만 건과 이미지 3억 5000만 장을 익혔다. 학습 데이터 규모 자체도 기존 모델보다 4배 이상 늘렸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중 언어 모델과 양방향 멀티모달 모델을 모두 상용화한 기업이며, 세상의 지식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상위 1%의 전문가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신뢰성은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가진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사원 2.0은 LG그룹 계열사와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LG는 전문가용 대화형 플랫폼 '유니버스', 과학 탐구 플랫폼 '디스커버리', 이미지와 언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멀티모달 플랫폼 '아틀리에'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전문가들의 지식 소비와 생산을 효율적으로 돕는 전문가용 대화형 AI 플랫폼이다. 9월부터 사내 모든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전 학습한 데이터는 물론 각 분야 최신 전문 데이터까지 포함해 근거를 찾아내며 추론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화학·바이오 분야 발전을 앞당길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AI와 대화하며 전문 문헌 검토, 소재 구조 설계, 소재 합성 예측까지 가능하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연구개발 소요 시간을 40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분기에 LG 그룹 내 화학·바이오 분야 연구진을 대상으로 엑사원 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엑사원 아틀리에는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멀티모달 AI 플랫폼이다. 창의적 발상을 돕는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엑사원 아틀리에를 활용해 최근 뷰티 브랜드 '숨 37'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했다. 이번 3분기에 그룹 내외부 전문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엑사원 아틀리에 서비스를 시작한다.

업스테이지, 페이스북 꺾고 세계 1위 등극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초거대 AI 개발 두 달 만에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했다. 전날 AI 플랫폼 '허깅페이스'가 운영하는 오픈 LLM 리더보드에 따르면 업스테이지의 ‘LLaMa-30b-instruct-2048’ 모델은 1위를 차지했다. 메타의 '라마-2'(66.8점)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DialoGPT-small 등 주요 빅테크들이 개발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을 뛰어넘은 것이다. 허깅페이스 오픈 거대언어모델 리더보드는 매개변수(패러미터) 1000억 개 이하인 거대언어모델들의 추론, 상식능력, 언어이해 종합능력,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 방지 등 네 가지 지표를 평가한 뒤 점수를 평균 내 순위를 결정한다.

업스테이지는 메타가 공개한 초거대 AI ‘라마’를 튜닝해 AI를 만들었다. 고품질의 데이터도 학습시켜 AI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자신의 답변을 다시 검증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삽입해 정확성을 높였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사진제공=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기업 내부 서버에 설치·운영할 수 있고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프라이빗 AI’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업스테이지는 국내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어 성능을 높이고 거대언어모델에 관련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킬 계획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은 물론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인공지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엔씨소프트·KT도 연내 공개
홍은택 대표.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도 한국어 특화 및 버티컬 서비스의 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에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코GPT'의 향상된 버전인 '코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를 기반으로 버티컬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라미터나 데이터가 부족할 수 있지만, 한국어 특화한 모델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어 AI 생성 모델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력해 우리가 강점을 가진 채팅 인터페이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도 올해 초거대 AI를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는 AI 사업 브랜드를 '바르코'(VARCO)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별도의 AI 조직을 만들어 연구를 시작한 뒤 2015년부터 AI랩 산하에 NLP팀을 구성하고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AI 4대 천왕 앤드루 응 교수 “소수 기업 독식 구조 아냐”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카카오 임직원들과 좌담회에서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카카오

최근 방한한 AI 4대 천왕’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후발 주자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응 교수는 초거대 AI 산업에서 소수의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는 아닐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앞서가고 있는 오픈AI와 구글의 초거대 AI가 시장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으며 후발 주자도 차별화된 데이터로 학습해 최적 개발한다면 기회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2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카카오 임직원들과의 좌담회(파이어사이드 챗)에서 "현재는 오픈AI의 ‘GPT-4’가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도 곧 성능 격차를 좁힐 것"이라며 “시장을 다양한 파운데이션 모델이 나눠서 가져갈 것이다. 활용 목적에 맞는 최적화된 모델이 시장을 분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영어로 학습한 AI는 한국어로 된 정보를 잘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별 정보나 차이점에 대해 충분히 학습시킨다면 한국어 등 특정 언어를 중심으로 한 언어 모델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AI와 함께 하는 현재와 같이 살아갈 미래는 인류에게 유토피아일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AI토피아’를 통해 AI로 인한 사회·산업의 변화를 분석하고 인류 삶의 미래를 조망합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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