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지소연도 떨리는 첫 경기…"네덜란드도 콜롬비아 조심하라더라"
콜롬비아, 거칠기로 소문…"경기 파행에 놀랐지만 물러서지 않아"
(캠벨타운[호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지소연(수원FC 위민)도 다가오는 월드컵 첫 경기를 생각하면 떨린다.
2006년부터 벌써 17년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지소연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만 145경기를 소화했다.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A매치를 뛴 베테랑 중의 베테랑도 4년을 벼른 무대에 서니 태평할 수만은 없다.
22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만난 지소연의 얼굴이 마냥 밝지는 못했다.
25일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콜롬비아와 첫 경기가 어느덧 코앞에 다가왔다.
지소연은 취재진에 "사실 조금 떨리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며 "경기 후 모습이 어떨지 기대가 되는데 걱정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20일 대회가 개막하고, 개최국 뉴질랜드와 노르웨이의 경기를 시작으로 각 팀의 조별리그 경기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콜롬비아전이 다가오는 가운데 각국의 경기 결과를 매일 확인하면서 대표팀의 차례도 가까워진다는 느낌에 부담도 커졌다고 한다.
지소연은 "사실 이겨내야 하는 압박"이라면서도 "이 시간이 우리에게 피가 될지, 살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과 같은 기분을 감당하는 강한 정신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 압박감도 굉장하다. 우리가 (다른 팀들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조였던 2019 프랑스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가장 마지막인 H조로 편성됐다.
다른 팀들끼리 치열하게 맞붙은 광경을 차례로 지켜봐야 한다. 결전에 앞서 전쟁 같은 '월드컵 분위기'부터 몸소 느끼는 셈이다.
4년 전 첫 경기에서는 개최국 프랑스에 0-4로 대패했다.
이때를 돌아본 지소연은 "그때는 개막전도 아주 시원하게 했다. 시원하게 골도 많이 나왔다"며 웃었다.
이번 월드컵 첫 상대 콜롬비아도 만만한 팀은 아니다. 오죽 거칠었는지 소문이 다 났다.
콜롬비아는 지난 15일 호주 브리즈번 미킨파크스다티움에서 아일랜드와 비공개 평가전이 경기 시작 20여분 만에 파행되면서 '악명'을 얻었다.
경기 후 아일랜드가 성명을 통해 "너무 격렬해져서 경기를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평가전에서 아일랜드 핵심 미드필더인 데니즈 오설리번이 태클을 당해 정강이 통증을 호소하다가 병원에 이송됐다.
지소연은 "아일랜드도 거친 팀이다. 그런데도 20분 만에 경기를 취소했다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며 "우리도 어느 정도 '얻어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선수들도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콜롬비아와 경기할 때 조심하라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0일 '결전의 땅' 호주에 들어와 현지 적응 훈련에 나섰고, 16일 네덜란드와 비공개 평가전을 치렀다.
지소연은 "상대가 우리를 많이 괴롭힐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당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도 "우리도 물러설 곳이 없다. 거칠게 맞서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사실 콜롬비아(25위)는 우리(17위)보다 FIFA 랭킹이 낮다.
이에 지소연은 여자축구에서 FIFA 랭킹은 '착시'라고 지적했다.
지소연은 "여자축구를 많이 안 보신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팀들은 남자보다 랭킹과 실력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랭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우리가 콜롬비아보다 월등히 뛰어난 게 아니다. 콜롬비아도 25위지만 상위 팀에 충분히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격렬함에 놀라면 안 된다. 초반 20분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때 흔들리는 모습이 많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버티다가 차츰 상대 체력이 떨어지면 그때 우리가 정교하게 공략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번 대회는 지소연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1991년생 지소연은 4년 후면 30대 후반이 된다.
그러나 아직 외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로 지소연을 언급한다.
지소연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내 이름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내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16강으로 가는 길 위에서 매 경기에 집중하겠다. 누가 골을 넣든 우리는 우리의 목표대로 길을 걸어가겠다. 그게 내 목표"라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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