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반 여학생 괴롭히는 男 초2 제지하던 교사...타박·찰과상 입혔다고 기소돼
교실 출입문 세게 열어 학생 손가락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돼 역시 '무죄' 선고 받아
“어쩌다 이렇게까지” 교단서 법정으로 판결 기다리는 교사-학부모 우리 교육 현장서 낯설지 않은 풍경
학부모와 교사가 법정에서 만나는 일도 우리 교육 현장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23일 연합뉴스가에 따르면 예전 같으면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가지 않았을 학생지도 과정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판결로 끝을 보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본보기가 돼야 하는 만큼 위법한 행위를 했다면 엄중한 법적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학생의 팔을 잡아 찰과상을 입힌 교사가 형사기소 되는 등 교권 위축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사례도 있었다.
교사가 직접 민형사 소송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다 극단 선택을 하거나 학생에게 폭행당하고도 학부모에게 되레 항의받은 교사의 사례도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18년 9월 2년 남학생이 같은반 여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 양팔을 잡았다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학생이 A씨의 손을 뿌리치려다 손톱에 긁혀 전치 2주의 타박상·찰과상을 입었는데 이것이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라는 이유였다.
법원은 “다른 아동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고 말로는 제어가 되지 않는 아동의 양팔을 잡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라며 작년 6월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이 난 지 4년이 지나서야 법적으로 종결된 셈이다.
A씨는 같은해 10월 교실 출입문을 세게 열어 학생의 손가락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됐다. 법원은 문의 형태와 상처의 모양에 비춰보면 피해자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부모 입장에선 A씨의 행동이 무리했다고 보였을 수 있지만, 과연 형사기소와 재판이라는 상당한 부담을 치렀어야 할 일이었는지는 되돌아볼 만한 사례다.
중학교 교사 B씨는 2014년 11월 전학 업무와 관련해 수년간 분쟁에 휘말렸다.
교사와 행정 담당 교직원의 잘못으로 자녀가 전출용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했다며 학부모가 무더기 민원을 제기하고 각종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고소까지 제기했다.
학부모는 결국 행정 담당 교직원에 대한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져 작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B씨는 "수사와 소송에 대응하느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학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학생과의 갈등이나 충돌이 원인이 된 소송에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상식선을 넘어서는 학부모의 대응으로 마음의 병을 얻고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사례도 판결문 등에 담겨 있었다.
대구의 한 여성 초등학교 교사 C씨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2018년 6월 학생에게 폭행당했다. 학생이 받아쓰기 공책을 무턱대고 가져가려 해 제지하자 C씨의 팔을 5차례 때렸다고 한다.
C씨는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가정 지도를 요청했다. 그러자 학생의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는 "담임이 뭔가 잘못했으니 아이가 때린 것이 아니겠냐"며 "때린 것도 믿지 못하겠다.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고 화를 냈다. C씨는 학교에 방문해 상담해보자고 요청했지만 "교사가 무슨 권리로 나를 부르냐. 바빠서 못 가겠다"며 거부했다.
C씨는 한 달 뒤 불안감과 우울, 모욕감을 호소하며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그의 이전 정신질환 치료 전력을 근거로 직무와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C씨는 불복 소송을 내 1년 넘는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학생에게 폭행당하고 이후 학부모가 오히려 원고에게 화를 내면서 항의하는 상황은 교사에게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개인적 취약성이 발병·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생활인권부장 교사로 일하던 D씨는 2012년 9월 학교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그는 학생생활지도와 함께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D씨는 업무 과정에서 스승으로서 학교폭력의 가해·피해 학생을 지도하지 못했다며 크게 자책했다고 한다. 학생 관리를 소홀히 했다거나 학폭위 징계 결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학부모들의 항의도 그를 몰아세웠다.
유족은 D씨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라며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불복 소송에서도 1·2심 전부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히면서 2016년 4월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가해·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원망과 질책을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정신적 자괴감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됐고 이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교사가 통념상 부적절하고 경솔하게 행동한 탓에 소송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업 시간에 '윤리와 사상' 과목을 '윤락과 사상'으로 말하거나 학생의 성을 다르게 부른 뒤 "내가 성을 바꿔 불렀으니 성희롱한 거네"라고 했다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경솔한 행동"이라면서도 학대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사회 교사는 2020년 5월 수업 중 '잊힐 권리'를 설명하면서 "네 전 남친이 네가 나오는 야동을 찍었어. 그게 인터넷에 풀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그 내용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겠지? 그게 잊힐 권리야"라고 말했다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년7개월이 2021년 12월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 역시 이 교사들의 언행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봤다. 보기에 따라 교사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당히 부적절한 언행일 수 있지만 아동학대 범죄 처벌을 위해 마련된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기소해 처벌할 정도의 위법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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