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 핫이슈 ‘결혼자금 증여 공제’, 실효성 거두려면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가 포함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출산·결혼 지원책’이란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일각에서는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개정안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7월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 말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는 경제활력을 높이는 세제 지원안들이 다수 담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존에 발표한 내용에서 수정·보완을 하는 수준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 중 출산·결혼 지원책은 이번 세법개정안의 뜨거운 감자다. 자녀 결혼 1회에 한해 현재 10년간 5000만 원인 증여세 기본공제 한도를 높일 예정이다. 현재는 결혼자금 여부에 상관없이 성인 기준 5000만 원까지는 증여해도 과세되지 않는다. 결혼 전에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면 결혼할 때 부부 합산 1억 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검토 배경으로 '저출산'과 '물가 상승'을 꼽았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혼인시 증여 5000만 원 한도는 2014년에 정해졌는데, 물가 등을 반영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결혼과 출산에 보탬이 되려면 이런 부분에 대한 완화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1억5000만 원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혼자금의 범위와 별도의 증빙자료 제출 여부 등도 세법개정안에 담긴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부모의 도움 없이 신혼부부가 '내 집'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과도한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에서다.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세금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증여에 대한 세 부담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결혼자금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증여세까지 과세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혼자금 공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역시 “일각에서 이 개정안이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현실과 거리는 있는 주장 같다”며 “통상 ‘금수저’로 불릴 만한 자산가들의 경우 1억~1억5000만 원 정도는 대다수 신고하고 증여한다. 그보다는 중산층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세법 개정이 단순히 공제금액의 크기에 주목하기보다 촘촘한 세금조사와 명확한 과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혼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고려해 제도를 손질하더라도 탈세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에도 부모로부터 주택 구매자금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2억~3억 원 수준까지의 자금은 출처를 조사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일정한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았다”면서 “상증세법 시행령 제35조에서는 구체적인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가족 관계 관련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학자금 또는 장학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 △기념품, 축하금, 부의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등은 비과세 증여로 인정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그간 결혼자금 증여에 대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증여세 과세나 비과세의 기준을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변호사 역시 “국민들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되,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되지는 않게 공제금액을 적절히 설정해야 될 것 같다”며 “가능하다면 결혼자금 공제를 이용해서 증여만 더 손쉽게 많이 하는 결과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금의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만 공제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지 않는 '부자감세' 논란, 해법은 없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혜택이 부유층 가구에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신한은행의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내용을 현재 물가 수준에 맞춰 보정한 결과, 2022년 기준 부모가 자식 한 명에 지원하는 평균 결혼비용은 7217만 원으로 추산됐다. 현행 세법상 이에 대한 증여세는 221만7000원이다. 만약 증여세 공제 한도가 1억 원으로 높아지면 이 세금은 면제된다.
그러나 7217만 원에는 비과세 대상인 혼수비용(5073만 원 추산)이 포함됐다. 7217만 원에서 혼수비용을 뺀 금액(2144만 원)이 애초부터 증여세 공제 한도 5000만 원보다 적은 만큼 평균적인 가정은 증여세 자체를 낼 일이 없다는 게 장 의원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공제 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이면 고소득 가구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월소득이 800만 원인 가구의 평균 결혼자금 지원액은 2022년 기준 1억3023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평균적인 혼수비용(5073만 원)을 제하면 증여액은 7950만 원이 된다. 이에 해당하는 증여세는 295만 원이다.
현행 증여세 공제 한도(5000만 원)를 적용하면 세금 295만 원을 내야 하지만 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면 전액 면제된다. 장 의원은 “가구 소득 월 800만 원은 상위 10%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부모에게 증여받을 재산이 없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는 청년층들은 공제 한도 확대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이번 개정과 관련 ‘상대적 박탈감’을 거론하는 비판여론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근본적인 상속·증여세 개편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섣불리 상속세를 낮춘다고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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