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곧 '2%p' 찍는다…한은은 '반년째' 동결 조짐

김혜지 기자 2023. 7. 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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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새벽 美 연준 FOMC 개최…금리 인상 확률 '99%'
사상 첫 2%p 역전에도 차분…"시장 쉽게 안 바뀔 것"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이 이번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2%포인트(p) 차이로 역전되는 날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역사상 한국이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이 펼쳐졌지만 시장과 당국의 긴장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7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의 7월 금리 인상 확률을 99%로 반영 중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5.00~5.25% 수준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와 비교해 상단을 기준으로 1.75%p 차이가 난다.

미국이 이번주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 차는 2%p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통상적으로 햔국 쪽이 높은 것이 정상이다. 세계 최대 선진국인 미국보다 한국에 투자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통상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미 금리 역전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붙인 지난해 말부터 격차가 크게 확대돼 올초에는 종전 최대 폭인 1.50%p에 다다랐다.

이후 5월에 기존 기록을 깨고 사상 최대 역전 폭(1.75%p)을 기록했다. 이번 금리 차 확대가 현실화하면 '연속 신기록'인 셈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한미 금리 역전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리 차에 부담을 느낀 외국계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을 보면 한미 금리 역전이 예고됐음에도 커다란 불안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환율은 1달러당 1200원대 후반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과거 10년 평균(1145원)보다는 높지만, 금리 차가 급격히 확대됐던 작년 하반기(1349원)보다는 낮다.

이는 한미 금리 차 확대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진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미국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끝낸다고 본다. 비록 연준은 5월 점도표에서 연말 한 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한 5.25~5.50%의 최종금리 예상치를 발표했으나, 향후 미국 내 물가가 안정되고 올초 확산한 은행권 불안도 추가 인상을 주저케 할 거란 관측이 뒷받침돼서다.

국내 주식과 채권에 흘러온 외국인 자금도 한몫을 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채권에서 114억3000만달러, 주식에서 24억8000만달러가 들어와 모두 114억3000만달러가 국내로 순유입됐다. 지난 6월에도 총 29억20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통화정책방향 간담회 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 /뉴스1

한은은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긴장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여지를 열어놓겠다고 밝힌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다.

하지만 시장은 한은의 인상 여지 언급마저 믿지 않는 눈치다. 환율만 안정되면 한은은 금리 동결 행진을 이어갈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물가 상승률은 미국과 비교하면 매우 빠르게 잡혔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접어들었는데, 물가 오름세가 2%대인 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중 우리를 포함해 3개국뿐이다.

시장의 예상이 적중해 한은이 다음 달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면 이는 지난 2월 첫 동결 이후 '반년 연속' 동결 기조다.

물론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추가로 높일 수 있다는 경계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한미 금리차는 2.25%p에 달해 절대적인 금리차가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끝났다는 기대가 확실히 득세하면서 외환·금융시장에 큰 불안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한은 내부에 존재한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등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시장의 현 정책 경로 전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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