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까지 받으며 이 악물었는데”…눈물 흘리며 보험깨는 가장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7. 2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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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4500만원 내고 90%도 못건져
보험해지환급율 평균 69.7% 그치지만
생활고 때문에 손해보고라도 해지 늘어
최근 보험료 밀리며 효력상실도 많아져
[사진 제공 = 연합뉴스]
10년 이상 보험을 악착같이 유지해오던 가장들이 계약 해지고 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상당수가 ‘생활고’ 때문으로 알려졌다.

2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40대 가장 A씨는 매달 10만5000원씩 10년 이상 유지해온 종신보험을 해지했다. 그동안 보험약관대출까지 받아가며 버텼지만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빚이 많아진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A씨는 해지에 따른 환급금이 그동안 낸 보험료 대비 70% 수준으로 손해가 크지만 당장 생활비가 필요해 어쩔 수 없었다.

60대 가장 B씨도 보험을 깼다. 이미 보험료 의무납입 기간 15년을 모두 채운 터라 혜택만 받으면 되지만 경제적 이유로 해지를 결정했다. 매월 25만원씩 15년을 꼬박 불입한 종신보험을 해약한 B씨는 마음이 늘 불편하다고 했다. B씨가 낸 보험료는 총 4500만원에 달하지만 해지환급금은 불입금 대비 90%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1인당 평균 1.4건 보험 해지
이렇게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결국 손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한국소비자원이 생명보험을 해지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난다.

결과를 보면 소비자는 1인당 평균 1.4건의 보험을 해지했고 평균 5.05년 동안 보험계약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지 전 납입한 보험료는 581만3000원, 해지에 따른 환급금은 평균 405만9000원으로 환급율은 평균 69.7%였다. 당초 납입한 보험료 대비 30%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보험계약 해지 이유(복수응답).[자료 제공 = 생명보험협회]
가계가 어려운 살림에 보험을 깨는 현상은 보험연구원 연구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60대에서 집중된다고 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은 52조원을 기록한 가운데 4분기(10~12월)에만 22조9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최근 3년간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의 절반 수준이 4분기에 집중된 것.

지난 4분기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경제주체인 가계들이 어려움을 크게 호소하던 시기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험계약 해지가 늘고 있다”면서 “주로 60대에서 주로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이런 추이는 계속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최신 통계에 따르면 1~4월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은 17조1616억원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밀려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생명보험 효력상실환급금은 5589억원으로 매월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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