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F-22 잡는다”… 대놓고 스텔스기 경쟁 벌이는 중국의 야심 [박수찬의 軍]
동아시아 제공권을 장악한 미국에 맞서려는 중국의 야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열렸던 세계 최대 항공우주전시회인 파리 에어쇼를 조용하게 흘려보낸 중국은 최근 온라인에 새로운 영상을 공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약 30년에 걸친 개발작업 끝에 가장 강력한 국산 제트엔진인 WS-15 2개를 장착한 J-20 스텔스 전투기가 쓰촨성 청두의 시험 비행장에서 이륙하는 영상이었다.
한미일 3국이 F-22와 F-35 배치를 강화하는 국면에서 중국도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텔스기를 개발, 동아시아 스텔스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텔스기 ‘최대 약점’ 해결 눈앞
WS-15 개발은 중국 항공우주산업에서 가장 큰 난제였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오랜 기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숱한 논란에 시달렸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WS-15 개발은 2004년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이후 2010년부터 1500억 위안(약 25조원)을 투자했으나, 2015년 지상 시험에서 터빈 블레이드 문제로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WS-15의 개발 지연은 2011년에 모습을 드러낸 J-20의 실전배치에 악영향을 미쳤다. J-20이 제 성능을 내려면 충분한 동력을 제공할 엔진이 필수다. 그런데 WS-15 개발이 지연되면서 J-20이 당초 설정한 성능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중국은 모스크바로 눈을 돌렸다. 러시아산 AL-31F 엔진을 수입해 J-20에 장착하는 대안을 고려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러시아에서 Su-27 전투기와 킬로급 잠수함 등을 구매해 러시아 무기의 특성에 익숙했고, 러시아 외의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0년부터 AL-31F 수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반응은 냉정했다. Su-35S 전투기를 구매하지 않으면 엔진에 대한 접근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결국 중국은 Su-35S 24대를 도입했다. 전투기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옵션에 포함되는 예비 엔진의 주문량을 일반적인 수준보다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J-20에 쓸 AL-31F를 확보하는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J-20 초기 버전에 탑재할 엔진을 확보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AL-31F를 추가 확보하려면 Su-35S를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중국으로선 더 이상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WS-15 개발이 늦어지고 있던 중국은 기존 WS-10의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 이에 따라 추력이 향상된 WS-10B, WS-10C가 등장했다. 특히 WS-10C는 초음속순항이 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높아져 AL-31F를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F119가 1990년대에 개발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1년 J-20의 첫 비행 이후 중국 공군이 12년 동안 기다려온 엔진을 확보, J-20의 대량 생산 및 실전 운용을 위한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 공군은 공기가 희박한 서부 티베트 고원, 염분과 습도가 높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등에서 작전 활동을 펼친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제 성능을 낸다는 것은 J-20이 처음 설계됐을 때 목표로 했던 성능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국이 2030년대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6세대 스텔스 전투기 프로젝트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레이저 무기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거 반영되는 6세대 전투기는 기존 기종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동력과 연비가 우수한 첨단 엔진이 필요하다. WS-15의 개발과 시험과정은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이번에 공개된 영상시험 과정에서 기존 엔진 1개와 WS-15 1개를 J-20에 함께 탑재하는 대신 WS-15 2개를 장착했다”며 “수년간의 지연 끝에 자체 개발한 첨단 전투기 엔진의 완성도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서방측이 경계할 수밖에 없는 징후다.
중국의 WS-15 개발은 인도의 움직임과 비교되면서 주목받는 측면이 있다.
인도는 1980년대부터 테자스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카베리(Kaveri) 제트엔진 개발도 함꼐 진행했다. 엔진 조달을 해외에 의존하면 정치적 환경 변화에 의한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인도의 기술 부족으로 엔진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8년 동안 210억6000만 루피(3700억 원)을 들였지만, 미국산 F404 엔진을 테자스에 탑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도가 개발할 테자스 MK2에는 미국산 F414 엔진이 쓰일 예정이다. F/A-18과 KF-21에도 쓰이는 기종이다. 미국은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F414를 인도에서 만들고 핵심 기술도 이전하기로 했다.
인도는 지난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에 주빈으로 초청받은 모디 총리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프랑스와 헬기 엔진 공동생산 등도 추진하는 모양새다.
인도의 이같은 행보는 카베리 엔진을 개발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KF-21 탑재 F414를 면허생산하고, 자체 엔진 개발을 모색하는 한국보다 기술적으로 앞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WS-15처럼 대형 스텔스기에 필요한 엔진 개발도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의 경우 WS-15 엔진 개발 이후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 강한 추력을 지닌 제트엔진을 대량생산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연구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대량생산에 맞게 기술적 변경을 실시하고 규격을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대량생산된 엔진들이 균일한 성능과 내구도, 기술적 신뢰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난제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WS-15이 아직은 50만 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미국 엔진과 같은 내구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WS-15이 실험적으로 성공했지만 양산은 이르다. 시험과 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으로부터 기계와 반도체 등을 들여오지 못하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정밀 공작기계를 비롯한 주요 생산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수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엔진 개량작업을 실시하면, 미국과의 격차를 줄일 것이라는 평가다.
중국이 J-20에 탑재할 엔진을 자체 개발한 것은 중국의 공군력이 그만큼 강력해진다는 의미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중국의 특성상 WS-15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은 J-20의 마지막 한계였던 엔진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갔다. WS-15 엔진의 대량생산이 본격화하면 동아시아에서 F-22, F-35와 맞설 J-20의 운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J-20에 대한 서방의 경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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