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찬’ 원희룡, ‘통합’ 내건 한동훈…與 잠룡 엇갈린 행보

이슬기 기자 2023. 7. 23.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수 소장파 元, 최전방 공격수로 전환
‘野 잡는 장관’ 韓, 호남 가고 통합 역설
“강성지지층, 중도성향 표심 모두 잡아야”

‘국무위원’ ‘여권(與權) 잠룡’ ‘출근길 화환’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묶는 수식어다. 시기는 달라도 두 사람 모두 야당과 강경 대치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체급을 키웠다. 국무위원이지만 사실상 ‘여당 정치인’으로 여의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지자들의 화환으로 빼곡한 ‘꽃길’도 걸었다.

지난해 9월 27일 오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및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뉴스1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입구에 원희룡 장관 응원 문구가 적힌 화환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관심 사안과 악재가 공교롭게도 원 장관, 한 장관과 각각 직결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원 장관이 최근 백지화를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 의혹’, 한 장관이 관장하는 검찰의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및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다.

원 장관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해 버렸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지시”라는 말이 나왔지만, 원 장관은 “독자적인 결정”이라며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내년 총선까지 주요 의제로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자연히 원 장관의 존재감도 커지게 됐다.

원 장관은 최근 호우 사태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가 수자원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에 대해 “능한 오른손(국토부)은 붕대를 감고 왼손(환경부)으로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국익 차원에서 언젠가 검토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야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검찰이 최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해서다. 돈 봉투 사건 관련해서도 송영길 전 대표의 일정 담당자를 압수수색하며 돈을 받은 의원 특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그러나 두 사람의 최근 행보는 엇갈린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한 축이었던 원 장관은 오랜 기간 보수 진영 내 소장파 역할을 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합리적·중도적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현 정부의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지난 대선 ‘대장동 1타 강사’에 이어 최근 ‘양평 고속도로 1타 강사’를 자처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 노조와의 대치 전선도 선명해졌다. 이로써 ‘강경 보수 원희룡’을 강성 지지층에 각인시켰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국회에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사람’으로 꼽혀왔다. 국회 질의에서 야당 의원의 고압적 태도에도 거침없이 설전을 벌이던 그였다. 그러나 한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전남을 방문했다. 총선용 구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 행보였다. 민주당 소속 전남지사를 만나서는 “국민을 잘살게 하려면 여당과 야당의 마음이 같아야 한다”며 ‘통합’을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나흘 뒤엔 검찰 산하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찾아 피해자 명예 회복을 약속했다. 통상 4·3사건 피해자를 대변하는 건 진보 정당의 몫이었다. 그만큼 진영 논리가 확실한 영역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소통령’ ‘왕 장관’으로 불리는 한 장관이 야권의 성지(聖地)를 찾아 벽을 허무는 행보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원 장관은 집토끼(고정 지지층) 표심에, 한 장관은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세력 내 대권 주자 지위를 다지려면 강경 보수와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는 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無黨)층은 40% 가까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19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p) 떨어진 30% ▲민주당은 5%p 하락한 23%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7%p나 상승한 39%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열혈 지지층이 없으면 대선 후보도 될 수 없다. 원희룡 장관은 언제까지 소장파, 합리적 이미지만 유지해선 이도 저도 안 될 거란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동훈 장관은 본인의 출마 여부와 관계 없이 여권을 주목받게 하는 사람”이라며 “이미 ‘대통령의 남자’로 팬덤이 있기 때문에, 검사 출신 싸움닭 이미지를 완화하고 통합을 외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6.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