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찬’ 원희룡, ‘통합’ 내건 한동훈…與 잠룡 엇갈린 행보
‘野 잡는 장관’ 韓, 호남 가고 통합 역설
“강성지지층, 중도성향 표심 모두 잡아야”
‘국무위원’ ‘여권(與權) 잠룡’ ‘출근길 화환’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묶는 수식어다. 시기는 달라도 두 사람 모두 야당과 강경 대치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체급을 키웠다. 국무위원이지만 사실상 ‘여당 정치인’으로 여의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지자들의 화환으로 빼곡한 ‘꽃길’도 걸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관심 사안과 악재가 공교롭게도 원 장관, 한 장관과 각각 직결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원 장관이 최근 백지화를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 의혹’, 한 장관이 관장하는 검찰의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및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다.
원 장관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해 버렸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지시”라는 말이 나왔지만, 원 장관은 “독자적인 결정”이라며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내년 총선까지 주요 의제로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자연히 원 장관의 존재감도 커지게 됐다.
원 장관은 최근 호우 사태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가 수자원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에 대해 “능한 오른손(국토부)은 붕대를 감고 왼손(환경부)으로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국익 차원에서 언젠가 검토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야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검찰이 최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해서다. 돈 봉투 사건 관련해서도 송영길 전 대표의 일정 담당자를 압수수색하며 돈을 받은 의원 특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최근 행보는 엇갈린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한 축이었던 원 장관은 오랜 기간 보수 진영 내 소장파 역할을 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합리적·중도적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현 정부의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지난 대선 ‘대장동 1타 강사’에 이어 최근 ‘양평 고속도로 1타 강사’를 자처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 노조와의 대치 전선도 선명해졌다. 이로써 ‘강경 보수 원희룡’을 강성 지지층에 각인시켰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국회에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사람’으로 꼽혀왔다. 국회 질의에서 야당 의원의 고압적 태도에도 거침없이 설전을 벌이던 그였다. 그러나 한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전남을 방문했다. 총선용 구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 행보였다. 민주당 소속 전남지사를 만나서는 “국민을 잘살게 하려면 여당과 야당의 마음이 같아야 한다”며 ‘통합’을 말했다.
나흘 뒤엔 검찰 산하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찾아 피해자 명예 회복을 약속했다. 통상 4·3사건 피해자를 대변하는 건 진보 정당의 몫이었다. 그만큼 진영 논리가 확실한 영역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소통령’ ‘왕 장관’으로 불리는 한 장관이 야권의 성지(聖地)를 찾아 벽을 허무는 행보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원 장관은 집토끼(고정 지지층) 표심에, 한 장관은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세력 내 대권 주자 지위를 다지려면 강경 보수와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는 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無黨)층은 40% 가까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19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p) 떨어진 30% ▲민주당은 5%p 하락한 23%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7%p나 상승한 39%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열혈 지지층이 없으면 대선 후보도 될 수 없다. 원희룡 장관은 언제까지 소장파, 합리적 이미지만 유지해선 이도 저도 안 될 거란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동훈 장관은 본인의 출마 여부와 관계 없이 여권을 주목받게 하는 사람”이라며 “이미 ‘대통령의 남자’로 팬덤이 있기 때문에, 검사 출신 싸움닭 이미지를 완화하고 통합을 외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6.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