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익명 속 공무원들 신세 한탄… 한쪽선 “누칼협·꼬이직”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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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충격이 오송 지역은 물론 인근 세종시의 분위기마저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공간의 힘 덕분인지 공무원들은 직접 익명 글을 쓰거나 다른 글에 댓글을 다는 식으로 오송 참사 이후 각자 느끼는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터져 나오는 공무원들의 이런 자조적 푸념은 날로 심화하는 공직사회 사기 저하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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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뭘 해도 욕먹는다” 푸념에
“꼬우면 이직하라” 비판 섞인 반응도
지난 15일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충격이 오송 지역은 물론 인근 세종시의 분위기마저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당시 홍수 경보가 발령됐는데도 미호강 임시 제방이 붕괴하기까지 4시간 동안 차량 통제 등의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죠. 국무조정실과 수사기관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비판과 관련해 공무원 사회에서는 신세 한탄이 쏟아집니다. 조선비즈는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마음의 소리를 듣고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속 공무원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공간의 힘 덕분인지 공무원들은 직접 익명 글을 쓰거나 다른 글에 댓글을 다는 식으로 오송 참사 이후 각자 느끼는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가장 자주 보인 건 ‘공무원은 무조건 욕먹을 수밖에 없다’는, 다소 염세적인 글들입니다. “만약 도로 통제를 미리 했는데 별일 안 생겼다면 괜히 교통 혼잡만 유발했다고 민원 폭탄 떨어졌을 게 뻔하다”는 식이었습니다.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의 사고방식에서는 애초에 담당 공무원이 그날(토요일) 집에 있던 것부터 잘못”이라고 쓴 공무원도 있습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안전 업무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글도 보입니다. 한 공무원은 “공공 조직에서 안전 관련 부서는 기피 1순위”라며 “새벽·주말 출근이 일상인데, 몸 갈아서 일해도 잘하면 본전이고 사고 나면 감옥행 급행열차를 타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공무원들은 “재난 대비는 전문가에게 맡겨도 어려운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결국 신규 발령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라고도 했습니다.
신세 한탄의 끝은 공무원 처우에 대한 불만 폭발입니다. 한 공무원은 “야간·주말 근무 단가가 평일 근무 단가보다 낮은 유일한 직종=공무원, 최저임금 안 지켜주는 유일한 직종=공무원, 공짜 야근이 합법인 유일한 직종=공무원”이라고 썼습니다. “공무원 연금은 박살 나고, 임금 상승률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부류의 글도 다수 보입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터져 나오는 공무원들의 이런 자조적 푸념은 날로 심화하는 공직사회 사기 저하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한국행정연구원은 공무원 6000명을 대상으로 공직생활실태조사를 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공무원 비율이 45.2%나 됐습니다. 33.5%였던 전년 조사와 비교해 1년 만에 11.7%포인트(p)나 높아진 겁니다.
다만 블라인드 속 민간기업 직원들은 공무원의 신세 한탄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공무원이 쓴 글 하단 댓글 창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누칼협’과 ‘꼬이직’인데요. 누칼협은 ‘OOO 되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 꼬이직은 ‘꼬우면 이직하라’의 줄임말입니다. 한 민간기업 직원은 “공무원이 공공서비스를 책임지고,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 나면 징계받는 게 당연하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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