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웃돈 주고 팔아줄께”... ‘운동화 이어 티켓’ 암표상 된 리셀 플랫폼
매크로 판치는 티켓시장... 암표 양지화 부추겨 지적도
불법 아니지만, 공연 업계 “티켓 재판매는 저작권법 위반”
한정판 운동화로 시작한 리셀(재판매) 플랫폼의 관심이 명품과 디지털 기기에 이어 공연 티켓까지 뻗어가고 있습니다.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은 티켓 리셀 거래에 뛰어들었고, 네이버 자회사 크림은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의 지분(43.13%)을 확보하며 티켓 거래 시장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업계 1·2위인 이들 업체가 공연 티켓에 관심을 두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수요가 공급보다 넘쳐 웃돈을 주고라도 구매할 사람이 많은 한정판 운동화처럼, 좌석이 제한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권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정적인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티켓 재판매는 주로 중고 거래 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 개인 간 거래로 이뤄져 왔습니다. 웃돈이 붙여지는 것은 물론, 개인 정보가 노출되거나 위조 티켓이 거래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죠.
하지만 티켓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솔드아웃은 자체 검수 시스템을 통한 실물 티켓 거래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신합니다. 사기 거래나 개인정보 노출 등에서 벗어나 안전한 중개 거래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설명입니다.
◇적자 커진 리셀 플랫폼, 티켓 재판매 뛰어들어
크림과 솔드아웃 등 리셀 플랫폼은 무료 수수료 정책 등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최근 들어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림의 영업손실은 861억원, 솔드아웃의 영업손실은 약 427억원이었습니다.
리셀 플랫폼들이 거래 수수료를 인상하고 카테고리를 명품, 리빙, 테크, 티켓 재판매까지 손을 뻗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리셀 플랫폼이 암표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 그래도 티켓 시장에서 매크로(Macro·반복 누름) 프로그램 등을 동원해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웃돈을 붙여 되파는 암표상들이 활개 치는데, 메이저 리셀 플랫폼들이 이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공연업계에 따르면 통상 콘서트 티켓 판매의 30~40%가량이 암표상들의 손에 넘어가 웃돈이 붙여져 되팔립니다. 지난달 열린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 전엔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8연석을 1억8000만원에 판매하는 암표 매물이 올라와 논란을 샀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359건이던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지난해 4224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은 “매크로 프로그램이 500만원 정도에 거래된 2~3년 전에 전체 티켓의 30% 정도가 암표상으로 넘어갔는데, 최근엔 매크로 프로그램을 10만원에도 살 수 있다”며 “암표상들이 점점 조직화·기업화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불법 아니라고? 공연 업계 “티켓 재판매는 저작권법 위반”
현행법상 티켓을 부정한 방법으로 대량 사들이고, 값을 부풀려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 되파는 건 불법입니다. 이런 행위가 발각될 경우 경범죄 처벌법으로 처벌받게 되죠.
문제는 해당 법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암표 거래에만 적용된다는 겁니다. 온라인 리셀 플랫폼들이 티켓 중개 사업에 나설 수 있는 배경입니다.
다행히 올 초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를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온라인에서 부정한 방식으로 다량 선점한 티켓을 부정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솔드아웃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구입된 티켓인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불법 거래를 원천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인지, 개인이 구매했다 못 쓰게 돼 되파는 티켓인지 구분할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한 티켓 위탁 판매 업체 관계자는 “구매자의 패턴을 보고 암표상이라 추정할 순 있겠지만, 이를 특정하고 제재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티켓에 매겨지는 저작권료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모든 공연 티켓에는 매출의 3%가 저작권료로 부과되는데요, 이런 이유로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티켓 리셀 자체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합니다.
윤 회장은 “가수의 이름을 건 티켓을 허락 없이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행위”라면서 “이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판을 벌이고 수수료를 챙기는 리셀 플랫폼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크로 판치는 티켓 시장, 신중한 접근 필요해
“한정판 운동화는 되고, 공연 티켓은 왜 안되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둘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한정판 운동화 거래는 수집가들의 취미에서 출발한 문화로,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맞는 가격이 매겨집니다. 가수 GD(지드래곤)가 디자인한 정가 20만원대 나이키 운동화가 88족만 발매됐다는 이유로 수백만원에 거래되는 게 이상할 게 없죠.
반면 공연 티켓은 기한 내 관람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문화 상품으로, 누군가 부정하게 티켓을 대량 확보해 임의로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는 건 사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기 행위를 용인하는 플랫폼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솔드아웃 운영사 무신사는 최근 해외 사모펀드(PEF)들로부터 약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 약 3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입니다. 업계에선 수익이 안 나는 솔드아웃이 무신사의 발목을 잡고 있단 지적도 나오는데요, 단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건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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