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보험사는 부진, 설계사는 귀한 몸… 보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보험사 GA 확대 경쟁에 설계사 수요 급증
보험상품, 복잡하고 범위 넓어 대면 가입 선호
보험시장에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보험사들이 줄곧 적자에 허덕이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여러 보험사 오프라인 영업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보험설계사들은 몸값이 뛰고 있다. 점포 수를 줄이고 비대면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는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권과 달리 보험업계는 오히려 전통적인 영업 방식이 더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자리 못 잡는 디지털보험사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에 모두 적자를 냈다. 삼성화재와 DB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질병·상해보험 상품의 수요 증가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개선으로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019년 국내 1호 디지털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은 1분기 10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6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선 적자 폭이 줄었지만, 출범 후 4년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다른 디지털손보사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내 최대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가 선보인 보험사로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1분기에 85억원의 손실을 냈다. 금융지주사 계열인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각각 83억원, 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손보사보다 더 오랜 기간 영업을 이어온 디지털생명보험사 역시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로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21년 15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41억원의 손실을 봤다.
◇ 영업망 확대 경쟁에 보험설계사도 몸값 뛰어
디지털보험사들이 출범 후 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보험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면 상담을 통한 가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경우 예·적금과 대출 등 서비스가 비교적 명확, 단순하고 금리가 투명하게 공시돼 있어 굳이 창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증권은 주식, 펀드 등의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넓어 이미 오래전부터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 거래시스템의 비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보험은 상품의 범위가 넓고, 상품별로 보장되는 내용도 복잡해 설계사들이 여전히 영업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보험사들은 오프라인 영업 조직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다. 한화생명은 지난 1월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업계 6위권 법인보험대리점(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2만5000여명의 설계사를 확보했다. 한화생명은 3만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삼성생명을 따라잡기 위해 GA사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이다. 흥국생명도 올해 별도 GA 자회사인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설계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대형사들에 이어 중소형 보험사까지 ‘보험설계사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GA 자회사 설립을 준비 중인 AIA생명은 최근 경력직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직 시 파격적인 정착지원금과 성과급 등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내년 온라인 플랫폼 보험비교서비스 출시
오프라인 영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보험시장도 내년부터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추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새롭게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부터 소비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 상품들의 보장 내역과 가입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비교서비스가 출시돼도 현재의 구도를 흔드는 메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취급상품이 여행자·화재보험 등 단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펫보험, 신용보험 등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의 부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상품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결국 가입은 설계사의 추천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비교서비스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