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삼중고' 예고된 은행권, 하반기 더 어렵다
청년도약계좌 등 사회적책임도 부담
손실흡수능력 확충 위해 CCyB적립도
은행권이 올해 하반기 더욱 녹록지 않은 정책 환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 핵심지표인 예대금리차 공시 범위가 확대되고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위한 자본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청년도약계좌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커진 데 따른 비용부담도 있다.
영업 측면에서 최근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외부 여건을 감안하면 수익성 확대나 성장보다는 '안정'에 경영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압박에 사회적 책임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은행의 '지나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뿐 아니라 대출금리 인하 압박 요인이 제도적으로 더해지고 있어서다.
우선 이달 말부터 예대금리차 공시 범위가 확대된다. 기존에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공시했는데 앞으로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대출과 예금 금리로 계산된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도 공개된다.
종전에도 한국은행이 매달 은행권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모아 공시하고 있었지만 개별 은행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공개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게 은행연합회 설명이다. 변별력이 생긴다는 점에서다.
전세대출 금리도 공시 항목에 추가된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다. 또 전체 가계대출 금리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세분화해 기준·가산·우대금리로 나눠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와 전세대출 금리를 공시해 소비자들이 비교할 수 있게 된 만큼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전세대출도 포함…예대금리차 공시 촘촘해진다(3월3일)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낮춰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도 은행들의 금리 인하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선 금리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현재는 신용대출만 대상이지만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도 이 플랫폼 위에 올라갈 예정이다.
대출금리는 올리기 어려워진 반면, 본격적으로 계좌 개설이 시작된 청년도약계좌 등의 수신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 상품 취급은행들은 당국 요청에 따라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를 높이고(4.5%) 우대금리(1~1.7%) 비중은 낮췄다. 이는 은행들이 취급하는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는 높은 금리여서 은행 입장에선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등은 수익과는 상관없이 정책금융상품으로 청년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금리 수준만 보면 은행에게는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건전성 우려에 완충자본도 쌓아야
은행들은 연체율 상승과 함께 대손부담 우려도 키우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 폭이 컸던 가계대출부터 신규 부실이 확대되고,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기업대출 부실이 뒤따라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비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자본안정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 5월까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1%를 부과하기로 했고,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과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등을 3분기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이미 당국 수준에 맞는 자본과 손실흡수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내외 금융 리스크에 대비한 재무여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에 대한 압박과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전방위적으로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권의 하반기 실적과 관련해 "마진 하락과 대출 성장 제약 속에 대손비용은 증가하는 국면"이라며 "이자이익 둔화와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이익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