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도 아쉬운 허훈, 기대치가 높은 최고 1번
“저에게 선택권이 있는 상황에서는 일단 슈터의 슛감을 끌어올리는데 많은 신경을 썼어요. 슈터는 야구에서의 투수만큼이나 민감한 부분이 많아요. 분명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고나니 던지는 슛마다 림을 맞고 튕기는가하면, 아주 가벼운 상황이 계기가 되어 슛감이 확 살아나기도 하죠. 기복을 덜 타냐 더 타냐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슈터든지 그런 요소는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런 부분을 체크해서 팀내 저격수의 손끝을 뜨거워지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신기성 SPOTV 해설위원은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현역 시절 자신의 리딩 특징에 대해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한 적이 있다.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등 당대 최고의 퓨어 포인트가드들과 동시대에서 경쟁했고 정확한 슛과 빠른 돌파에 대한 인상이 강해 공격형 가드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정작 본인은 팀 동료들을 돕는 선패스 마인드를 가져갔다고 회상했다.
”왜 우선적으로 슈터부터 신경썼냐고요? 돌파나 골밑상황에서 나오는 공격 등은 제 타이밍에서 정확하게 패스만 줘도 높은 확률로 득점이 가능해줘요. 하지만 외곽슛은 달라요. 멀리서 쏘는 것이잖아요. 패스도 중요하지만 던지는 선수의 슛감이 많은 것을 좌우해요. 아무리 패스를 잘줘도 선수의 슛감이 좋지못하면 슛은 짧거나 길어져요. 반면 슛감이 좋을 때는 수비수 사이로 어렵게줘도 3점슛을 펑펑 터트리는 경우도 많아요“
신위원의 말처럼 슈터의 슛감은 투수의 제구와 비교될만하다. 좋은 날은 수비수를 달고 뛰어도 놀랄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아닌 경우에는 노마크 찬스 조차 살리지 못할 때도 많다. 야구같은 경우 투수가 흔들리면 포수가 대화나 제스처를 통해 마음을 달래준다던가 투구 패턴을 달리하면서 변화를 모색한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야구에서 포수가 그렇듯 농구에서는 포인트가드가 그런 역할을 맡는다.
“요새 퓨어 포인트가드니 듀얼가드니 하면서 1번의 유형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느쪽이 좋은지는 저도 알수 없어요. 팀 사정이나 개인 역량 등에 따라 달라지겠죠. 중요한 것은 포인트가드는 나만 잘하는 것이 아닌 동료들도 함께 활약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부분만 잘되면 퓨어든지 듀얼이든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물론 거기에 대한 답은 정해진 것이 없는지라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신위원같은 경우 슈터를 살리기위해 초반부터 우선적으로 컨디션을 체크했다고 한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저 한번이라도 더 볼을 만지게끔 신경을 써줬다. 슈터들의 슛감이라는 것은 자주 쏘면서 끌어올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데로 슈터는 다른 어떤 자리보다도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고 기복을 탄다. 하지만 그렇기에 슈터가 살아난다면 팀 경기력은 더더욱 올라간다. 공간을 넓게쓸 수 있으며 그런 가운데 다른 포지션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도 낮추는게 가능해진다. 시너지 효과, 윈윈 효과에 불이 붙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22일 일본과의 KB국민은행 2023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첫 경기서 주전 1번으로 나왔던 허훈(28‧180cm)의 플레이는 살짝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다. 어찌보면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도 76-69로 이겼고 허훈 본인 또한 22득점, 3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로 펄펄 날았기 때문이다. 출전시간, 득점, 어시스트에서 양팀 최다를 기록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중 한명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포인트가드 포지션으로 한정해서 봤을 때는 이날 초반부터 슛감이 좋았던 전성현을 좀 더 활용하지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리바운드 42대 25, 블록슛 6대 0의 차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높이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내내 근소한 차이로 접전이 이어졌음을 감안했을 때 외곽에서 우위를 가져갔으면 좀더 수월했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성현은 코트에 나서기 무섭게 연달아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런 경우 포인트가드는 해당 선수에게 기회를 몰아줄 필요도 있다. 신위원의 예처럼 슈터가 손끝이 뜨거워지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더욱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훈은 본인 득점 위주로 공격을 풀어나갔고 장군 멍군의 흐름이 계속됐다.
물론 전성현의 연이은 외곽슛 성공에 그에 대한 일본 수비도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속팀과 달리 각팀의 에이스급이 모인 국가대표팀에는 특정선수만 집중해서 막기는 쉽지않다. 전성현을 신경쓰다보면 다른 선수들이 오픈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상황이다. 그만큼 상대 수비는 흔들리게 된다.
지난 시즌 중반기까지 전성현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중 하나는 상대팀의 집중 마크속에서도 고감도 3점슛을 펑펑 터트렸다는 점이다. 더블팀, 트리플팀을 뚫고 외곽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에서 슈터로서의 전성현을 인정하지않을 사람은 없었다. 이후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슬럼프를 겪게됐는데 이날 경기 초반에 터진 연속 3점슛은 예전의 전성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종의 복귀포였다.
물론 허훈은 과거 이상민, 김승현처럼 넓은 시야로 코트 전체를 꿰뚫어보며 진두지휘하는 유형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본인의 공격능력이 워낙 좋은지라 이를 이용해 상대 수비를 뒤흔들고 거기에서 나오는 빈틈을 활용한다. 그러한 플레이로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듀얼가드로서 정점에 올라있다.
어쩌면 이같은 지적은 허훈이기에 나올 수 있는 견해다. 지금도 대한민국 최고의 1번중 하나지만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은 재능의 소유자인지라 여기서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램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허훈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높은 것이다. 이날 허훈은 원맨 리딩을 펼친 시간이 많은데 추후 베테랑 가드 김선형, 포인트 포워드 최준용 등이 가세하면 부담을 덜고 좀더 안정적인 플레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