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0명 탑승한 中 고속철…'벼락' 맞고 추락했다[그해 오늘]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1년 7월 23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에서 발생한 고속철 둥처(動車) 사고로 43명이 사망하고 21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8시 34분 중국 남부 저장(浙江)성 원저우 부근에서 앞서 푸젠(福建)성으로 향하던 고속열차인 D3115호가 벼락을 맞아 동력을 상실한 채 급정차하던 중 뒤따르던 D301호가 들이받으면서 D3115호의 객차 2량이 선로에서 벗어나 교량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D3115호에 1072명, D301호에 558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탈선하거나 추락한 객차 6량에는 약 600명이 탑승했었다.
사고가 난 둥처는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는 종전의 열차에서 한 단계 개량된 형태로 보통 시속 200㎞ 안팎으로 달리며 시속 300㎞ 안팎의 속도를 내는 고속철도의 전단계열차이며 중국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당시 중국 내에서는 선행 열차가 멈춰 선 상태에서 10분 간격을 두고 뒤따르던 열차가 무방비 상태로 추돌한 것을 두고 고속철 안전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더불어 고속철 운영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가던 열차가 정차했을 때 비록 전원이 끊겨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휴대폰 등으로 뒤따라오는 열차에 서행운전을 하라고 연락만 했더라도 이런 대형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고가 벼락으로 인한 경보시스템의 파손 때문에 발생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여론은 곱지 않았다.
중국 동남부 해안지역을 운행하면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당연히 있어야 했고, 경보시스템 파손에 따른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세계 최고라는 허상을 쫓기 위해 과도하게 빠르게 철도건설을 추진하면서 안전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은 지난 2008년 처음 고속철을 개통한 뒤 전국을 관통하는 4개씩의 종·횡단 고속철도망을 구축해 2020년까지 전국을 고속철도 일일생활권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급속하게 고속철도를 확충해 왔다.
결국 세계 최대 고속철도망을 건설하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러한 계획이 오히려 혼란과 우려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사고 처리를 졸속으로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구조대가 구조활동을 종료했다고 선언한 이후 객차 잔해에서 두 살난 여자아이가 발견돼 비난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고속 열차의 부서진 잔해들을 사고 현장 주변에 파묻는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철도부는 20m 길이의 고속열차 잔해를 한 번에 운반하기 힘들자 굴착기 등 대형 중장비를 동원해 분해했다. 하지만 차량 진입 어려움 등으로 잔해 처리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자 열차 잔해의 상당 부분을 사고현장 주변에 묻었다.
이에 국민들은 중국 지도부가 국내외 비난을 의식해 최대한 빨리 사고를 수습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중국의 고속철이 벼락 한 방에 무너지며 후진적인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고 당시 후행 열차(둥처 D301) 기관사가 끝까지 추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기관사 판이헝은 위험한 상화에서도 긴급 정차를 하기 위해 제동기를 꼭 붙은 채 숨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행열차(D3115호)의 정차 사실을 모른 채 돌발상황에 직면하자 급제동에 최선을 다하다가 희생된 것이다.
1993년 8월 광저우 철로기계학교를 졸업한 판이헝은 2009년 10월 정식으로 고속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으며, 열차를 운행한 뒤로 18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기록하고 있었다.
김민정 (a203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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