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의 도전 '밀수', 실패는 없는 이름값[TF씨네리뷰]
김혜수·염정아의 뜨거운 워맨스, 그 안에서 돋보인 박정민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1974년 군천, 동네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해산물이 썩기 시작하자 해녀들은 생계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던 중 선장이 밀수 일을 제안받고, 해녀들은 외항선이 던져 놓은 물건을 건져 올리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하지만 선장은 불법으로 일한다는 죄책감에 밀수를 접기로 결심하는데, 춘자(김혜수 분)의 주도 아래 진숙(염정아 분)과 해녀들은 큰돈을 벌기 위해 금괴 밀수를 몰래 진행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 분)이 출동하고, 이 과정에서 진숙은 사고로 선장인 아버지와 동생을 잃게 된다. 이후 밀수 혐의로 잡혀간 진숙은 유일하게 현장에서 도망친 춘자가 신고했다고 생각하고, 서울로 떠났던 춘자는 몇 년 뒤 권 상사(조인성 분)와 함께 군천으로 와 다시 밀수 판을 벌인다.
밀수품이 필요한 자와 이를 건지고 돈을 벌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가 서로를 속고 속이며 뒤엉키는데, 여러 관계성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총체적 향연이 펼쳐진다.
김혜수와 염정아는 극과 극 연기 스타일로 화합을 이룬다. 극 중 춘자는 진숙과 권 상사, 장도리(박정민 분) 등 여러 인물과 부딪히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김혜수는 상대 배우에 따라 다양한 표정과 말투를 꺼내는데, 때로는 너무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버하는 톤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염정아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잔잔하게 받아주면서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는다. 여러모로 최고의 파트너임을 보여주는 두 사람이다.
이 가운데 작품을 다 보고 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배우는 박정민일 듯하다. 그가 연기한 장도리는 해녀들을 보필하면서 잡일을 하는 순수한 청년인데, 어느 순간부터 숨겨놨던 욕망을 꺼내 보인다. 극초반과 중후반 큰 폭으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살벌하게 그려내는데, 연기를 잘하는 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놀라게 만든다. 러닝타임 내내 존재감을 지울 수 없다. 웃음도 그의 몫이다.
'엑시트'(2019) '모가디슈'(2021)에 이어 2년 만에 여름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한다. 속도감 있고 경쾌하면서 깔끔하다. 앞서 공개된 포스터나 예고편 등을 보며 '도둑들'(2012)이 떠올랐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같은 생각은 자연스레 지워진다.
김혜수와 염정아를 비롯한 해녀들의 수중 액션과 조인성, 박정민이 선보이는 휘몰아치는 지상 액션은 신선하고 독특하다. 특히 바닷속 지형지물과 생물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론 서사를 쌓아 올리는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여성 투톱 영화라고 내세운 것에 비해 춘자와 진숙, 그 자체가 지닌 매력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영화이기에 '빅4'의 순조로운 출발을 기대해 본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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