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머니카페] 카카오·SK 불공정행위 의혹, '최고 제재' 철퇴 맞나
"실체 규명 자신···위법 발견되면 최고 수준 제재"
SK·알케미스트 사건은 檢수사 의뢰···"엄히 대응"
금감원, KB증권엔 "퇴직연금 운용 방식 개선하라"
금융위 부위원장은 "CB 악용 주가조작 조사 총력"
최근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금융 당국이 연일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 범위도 카카오(035720)의 시세조종 의혹, SK(034730)그룹과 한 사모펀드 운용사 간 부정거래 의혹, 부동산 펀드 사익 추구 문제, 퇴직연금 부실 공시, 전환사채(CB) 악용 등 넓디 넓은데요.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의 최근 움직임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당국의 경고음. 진앙지가 어디어디에 있는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상을 벗어난 강경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이 원장은 “수사·조사의 영역에 대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고 여러 가지 제약 요인도 있다”면서도 “역량을 집중해서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수사를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기에 조만간 기회가 되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경영권 분쟁 당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시세조종으로 공개 매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다시 한 번 대중들의 기억에서 끄집어낸 셈입니다.
앞서 하이브는 공개 매수 기간인 2월 16일 누군가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SM엔터 지분을 대량 매집했다며 같은 달 28일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습니다. 여기에 당시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 상대였던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월 28일, 3월 2~3일 장내에서 SM엔터 주식을 3.28%, 1.63%씩 사들였다고 공시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고요. 2월 28일은 하이브의 공개 매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4월 6일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경기 판교의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고요.
이날 이 원장이 언급한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사건은 또 있었는데요. 바로 SK그룹과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 간 부정 거래 의혹이었습니다. 이 원장은 이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금융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장 종사자들이 기회를 편취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채고 시장 신뢰를 훼손해 금융·경제에 피해를 미치는 사례들이 최근 적지 않다”며 “하반기에는 단순히 자본 시장의 주가 조작, 불공정거래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해 엄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자산운용사 등의 자금·기회 유용 문제에 대해 굉장히 엄중한 잣대를 갖고 있다”며 “SM·알케미스트 등의 사건에 관해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재를 적용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이익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묻는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수사기관에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알케미스트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통해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SK그룹이 키파운드리를 비롯해 관계 회사들을 인수·재매각하는 과정에서 알케미스트를 부적절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은진혁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SK그룹과 알케미스트 측은 이와 관련해 “투명하게 진행한 거래이고 의혹 지점은 전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금감원의 판단은 다른가 봅니다. 금감원은 이 사건에서 횡령 혐의를 적발하고 이미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답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알케미스트의 실소유주 은 씨가 펀드 인수 회사를 통해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누군가를 회사 임원으로 서류상으로만 등재한 뒤 그 사람 앞으로 제공된 급여, 자문료를 챙겼다는 혐의인데요. 확실한 진실은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 듯합니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헤집는 금감원의 칼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는데요. 18일에는 허위로 공사 계약서를 꾸미거나 미공개 정보를 악용해 이익을 챙긴 금융투자 회사의 대주주·임직원을 대거 적발했다는 사실도 공표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A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지인이 운영하는 건설 업체와 짜고 펀드 보유 부동산의 보수공사비를 수억 원 늘려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이후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가족이 운영하는 법인을 통해 공사비를 챙겼죠. 이 회사의 대표도 펀드가 소유한 이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가족 회사와 가짜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 수억 원을 편취했습니다. 허위 계약을 숨기려고 외부 자료를 재편집해 용역 보고서를 꾸민 사례도 있었고요.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B 업무집행사원(GP)의 한 실질 대주주는 명의로만 존재하는 임원을 내세워 급여·자문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몇몇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정보, 투자 예정 기업 내부 정보 등을 활용해 선행 투자하는 방법으로 사익을 추구한 운용사·증권사 임직원도 여러 명 있었고요. 이 같은 행위는 부동산 펀드 전문 운용사나 중소형 금융투자 회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 회사 대주주와 임직원의 사적(私的) 이익 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 제재를 엄정하게 진행하고 횡령 혐의 등은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할 예정”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금감원은 같은 날 KB증권에 적립금 운용 방식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이달 12일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에서도 감시·감독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보였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기관은 이달 5일 KB증권에 퇴직연금 공시를 부실하게 했다며 해당 직원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라고 주문했다는데요. KB증권은 지난해 부문 검사 결과 2019~2022년 퇴직연금 운용 방법 119건에 대해 적립금 운용 방법·수익률을 36회나 공시하지 않았다고 해요. 금감원은 나아가 KB증권에 경영 유의 사항 1건과 개선 사항 5건도 통보했습니다. 금감원은 KB증권이 지난해 9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광고 자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준법감시인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기존 광고의 심사필 번호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KB증권은 또 DC형 적립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30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일부 가입자에게만 대기성 자금 관리와 관련한 유선 상담을 실시했다는데요. 상담 업무 전문 인력도 적립금 규모에 비해 부족한 상태였답니다. 금감원은 KB증권이 퇴직연금 운용 방법에 대한 정성 평가 방법·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습니다.
여러 증권사들 중에서도 KB증권은 올해 들어 유독 금융 당국의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지난 5월에는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의혹과 관련해 하나증권과 함께 가장 먼저 금감원 수시 검사를 받았고요. 같은 달 24일에는 금융 당국과 합동 수사를 펼치는 검찰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주가조작 의혹 사태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불공정거래 행위 차단에 팔을 걷어부친 건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위는 CB 악용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는데요. CB는 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을 뜻해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통상 높은 편입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CB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제재하겠다”며 “금융위·금융감독원·거래소 등 관계 기관의 조사 역량을 집중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면서도 “다양한 대안을 폭넓게 검토하되 기업의 실질적인 수요도 충분히 감안해 균형 잡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이 이날 CB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건 발행·유통 과정의 투명성 부족, 과도한 발행에 따른 일반투자자 지분 희석·시장 충격, 콜옵션(미리 정한 가액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등의 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었는데요. 김 부위원장은 시장 투명성 제고, 무분별한 발행·유통 방지 등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대부분 사모 형태로 발행되는 CB 특성 상 여전히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무자본 인수합병(M&A), 시세조종과 같은 행위와 결합하면서 투자자 피해도 유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환권·콜옵션 등 기업 지배구조와 지분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공시 의무를 강화하겠다”며 “CB가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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