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3. 7. 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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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한반도평화행동,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 개최
장마 속에서도 시민 천 여명 결집
"'강요된 미움의 시대'…강대강 대치 악순환 끊어내야"
"군사적 긴장 완화하고 대화 여건 만들어야"
일본 시민단체 등 전 세계 시민들 연대
"이 땅에서 전쟁 끝내고 평화의 여정 함께 걸어가자"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

"전쟁위기를 넘어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정전 협정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대회가 열렸다. 종교시민사회 연대체인 '정전 70년 한반도평화행동'은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를 개최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주최 측 추산 1천 5백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모았다.

대회 참가자들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강대강 대치의 악순환 속에 언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군사적 긴장을 시급히 완화하고 다시 대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종전을 말하는 사람을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하며 오히려 적대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야 말로 모두를 전쟁의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회 중간 중간 거센 폭우가 쏟아졌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평화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을 뛰어넘는 가치"라며 "각 나라는 전쟁 연습이 아니라 무력 충돌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요셉 기자.


개회사를 전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이홍정 상임대표의장은 "오늘 우리는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과 적대, 정전체제로 인해 무력 대결이 일상화되고 핵전쟁의 위기가 높아지는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며 "이 땅의 전쟁을 이제는 끝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평화의 여정을 걷고 있는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홍정 상임대표의장은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편승하여 핵무기에 의존하는 군사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군사협력은 이제 사실상의 동맹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감이 유례없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평화를 향한 시민들이 행동이 더욱 절실함을 강조했다.

한국YWCA연합회 원영희 회장은 "정치, 군사, 경제적 압박과 적대 정책으로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며 "갈등과 긴장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적대와 군사 행동을 모두 멈추고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긴장 완화와 협력을 위해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민족화홰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우리는 '강요된 미움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분단과 남북 갈등이 70년 동안 이어져 오다보니 우리는 끊임없이 미워하고 증오할 것을 강요받고 있지만, 이제는 화해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엔 윤희숙 진보당 대표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참석해 연대 발언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대회에 참석해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남북관계를 다시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진보당 윤희숙 대표는 "대결과 전쟁은 절대 해법이 아니고, 평화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임을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일본에 일제 강제동원과 핵 오염수 투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면서까지 한미일 동맹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결코 국익을 위한 것도, 평화를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이익과 평화를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종전이야말로 원치 않는 분쟁에 휩쓸리거나 강대국의 갈등에 따른 보복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실패했다며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고, 흡수통일론자를 통일부 장관에 앉히려고 한다" "나라를 망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최악의 복식조"라고 비판했다.

배 원내대표는 "평화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차이도 뛰어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라며 "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해법은 설득과 대화의 해법에 있기에 우리가 키워야 할 힘은 전쟁을 위한 군비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신뢰의 힘"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평화를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의 여정들을 만들어 왔다"며 "윤석열 정권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박정희, 노태우 전 대통령도 했던 통일을 위한 프로세스와 방안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한반도 리스크를 줄여 경제 회복을 이루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아야 하지만 오로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해 분노하기를 멈추지 않고, 평화를 위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석한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 참가자들은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는 강력한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고, 우리가 평화를 말하지 않으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 시민들과 국제 활동가들도 함께 했다.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은 애초에 계획했던 '300곳 평화행동'을 넘어서 일본, 중국, 멕시코, 미국, 독일 등에서 세계 시민들과 우리 동포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활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평화 단체포럼 '평화 인권 환경' 대표 후지모토 야스나리씨는 연대 발언에서 "한국 시민들의 평화에 대한 뜨거운 마음에 경의를 표한다"며 "일본 식민지배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고, 그 반성에서 새로운 아시아와의 연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야스나리씨는 "한국전쟁의 종결로 2000년 6.15 공동선언으로 돌아와 남북 융화를 기본으로 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한국 시민사회와 재일동포들과 연대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새로운 동북아시아를 만드는 일에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전행사로 진행된 평화 대행진.


한편, 이날 한반도 평화대회는 평화행진을 비롯해 한영애 밴드의 공연과 180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합창단의 합창공연 등 다양한 활동들로 진행됐다.

평화행동은 △적대를 멈추고 남북·북미 관계를 개선할 것 △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 △핵무기· 핵위협 없는 한반도와 세계 만들기 △제재와 군사 위협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갈등 해결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 △군비 경쟁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국평화버스 활동을 비롯해 '전쟁 반대 평화 실현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한반도의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것 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인식을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엔 '정전 70년 국제 심포지엄: 휴전에서 평화로'를 개최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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