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더 선' 저 너머로…세븐틴, 이카로스 날개 떼고 근두운 타다
이번 콘서트 '에이프릴 샤워'는 승관 곡
"기다림에서 아름다움으로 피어날 거야 더더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스스로 태양이 된 자들에게 이제 남은 건 무엇일까.
세 번째 월드 투어 '비 더 선(BE THE SUN)' 첫 공연 이후 13개월 만에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다시 찾은 그룹 '세븐틴'(SVT)은 이제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태양이 됐으니, 이제 그 빛을 나눠줄 차례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카로스'다. 이카로스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백랍(白蠟)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궁을 탈출하다 태양에 너무 접근하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 버린 비운의 인물.
실제 이날 '팔로우' 콘서트 오프닝 영상엔 실제 이카로스처럼 지쳐 있는 모습의 세븐틴 멤버들이 등장한다. 작년 콘서트 '비 더 선' 오프닝 영상과 명백한 대구. '비 더 선'에선 황량한 벌판을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처럼 달리던 이들인데, 이번 '팔로우' 오프닝 영상에선 멤버들은 역시 달리지만 힘겨워 한다. 심지어 주변에서 그들을 막기까지 한다.
하지만 "강한 마음이 중요하지"다. 세븐틴 하면 불굴의 의지다. 세븐틴의 이카로스는 비운의 그리스 신화 속 그 이카로스가 아니다. 팬덤 '캐럿'과 함께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한다. 이번 콘서트 타이틀도 '따라오다'라는 뜻의 '팔로우(FOLLOW)' 아닌가.
더구나 이제 세븐틴에게 근두운(筋斗雲)도 있다.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에서 근두운을 타고 여의봉을 사용하며 분신술에 능한 손오공, K팝 업계에서 그 손오공은 '세븐틴'(SVT)이다. '손오공'과 오프닝 영상에서 흐르기도 한 '퍽 마이 라이프' 두 곡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정규 10집은 K팝 단일 음반 역대 최다 판매량인 600만장을 넘기기도 했다.
'손오공'으로 이날 공연 포문을 연 세븐틴은 비장하며서도 의기양양했다. 특히 지난 공연 대비 1.5배 커진 LED 스크린 속 배경은 근두운을 타고 진짜 세상을 누비는 것처럼 역동적인 장면 변화를 선사했다.
당연히 모든 K팝 아이돌은 팬덤에게 힘과 위로를 주지만, 특히 세븐틴은 그 밑바탕을 긍정으로 깐다. 멤버들은 테라피적 능력을 갖고 있다. 2015년 데뷔 이후 계단식 성장의 전범이 된 이들은 자신들에게 절실함이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던 캐럿들이 그 절실함을 깨닫게 하며 같이 자랐다.
'홈런'으로 시작해 '레프트 앤드 라이트' '뷰티풀'을 거쳐 '아낀다'로 마무리된 구간은 1960~70년대 브로드웨이 쇼 풍의 분위기와 함께 세븐틴의 '쇼 스토퍼(show stopper)'적 유쾌한 기운이 마음껏 묻어났다.
그런데 히트곡이 많아지면서 세트리스트 구성에 더 신경을 쓰게 됐고, 당연히 곡들의 무게감은 이전보다 더해졌다. 특히 지난 '비 더 선' 콘서트에서 첫 곡인 '핫(HOT)'이 이번 '팔로우'에선 앙코르 전 본공연의 마지막 곡이 되는 병치는 두 콘서트의 서사를 연결해주는 동시에 연작의 완결성까지 만들어준다.
동시에 이번 미니 10집 'FML' 수록곡 '에이프릴 샤워(April shower)'는 공연의 열기를 식히며 한번쯤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세븐틴 멤버 승관이 이번에 꼭 함께 하고 싶었했던 곡이다. 승관은 컨디션 난조로 최근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고, 그래서 이번 콘서트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는 대신 전날 객석에서 지켜봤다. "기다림에서 아름다움으로 피어날 거야 더더더." 승관이 객석에 있었어도 이 노래는 이번에 그의 곡이었다. 멤버들은 공연 내내 몇번이고 승관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가 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충분히 강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질책하는 이들 앞에 세븐틴은 무기가 된다. 세상 혹은 자신과 싸우다 패배해 자책과 회한의 날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너와 나의 자리가 아닌 우리의 자리가 확실히 있다고 말하는 것이 '팀 세븐틴'이다.
물론 이 말은 현장에서 직접 겪어야 이해가 된다. 세븐틴 멤버들이 사정상 국내에서 콘서트를 더 많이 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국내 캐럿들의 마음에 진정 공감하며 안타까워해주는 것처럼.
다만 팀 세븐틴의 세계엔 체력이 약한 이들에겐 부작용이 있다. 분명히 이날도 무한 '아주 나이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하다 보면 내일은 책임 못 진다. 신나게 즐기다 "뜨거워 이 노래 에브리바디 떼창"에 진이 빠진 40대 아저씨는 좀 일찍 나왔다. 역시 '아주 나이스' 루프는 상당수 지속됐다.
이번 공연엔 전날과 이날 각 1만7000명씩 총 3만4000명이 운집했다. 세븐틴은 오는 9월 6~7일 도쿄 돔, 11월 23~24일 베루나 돔(사이타마), 11월 30일과 12월 2~3일 반테린 돔 나고야, 12월 7일과 9~10일 교세라 돔 오사카, 12월 16~17일 후쿠오카 페이페이 돔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팔로우'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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