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과학’이란 말은 옛말, 요즘은 이 기술이 불면증 돕는다 [방영덕의 디테일]
영화 ‘헤어질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장해준(박해일)에게 알려준 수면법입니다. 자신을 해파리로 생각하며 몸을 이완시켜 수면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불면증을 한번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겁니다. 잠을 못자는 고통이 일상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잠을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잠들기 위해 발버둥쳐 보지만, 정작 잠은 오지 않고 동틀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함만 더 커지죠. 50~70대가 주로 불면증에 걸리지만 20~30대 직장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불안함을 잠재워 잠을 잘 자게 돕는 ‘슬립테크(Sleeptech)’ 산업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1993년 국내 한 침대 회사가 내세웠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란 광고 카피문구, 기억하시나요? 당시 단순 내구재에 불과했던 침대와 매트리스가 과학과 기술 개발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는데요. ‘침대가 과학’이라는 표어는 이제 슬립테크로 더 발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수면 관련 데이터를 측정하거나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숙면을 돕는 기술을 말하는 겁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2021년 기준 7시간 5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31분이 부족합니다.
영국 BBC에서 수면에 대한 153개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당뇨, 면역력, 비만, 치매에 영향을 끼칩니다.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기도 하고요.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7년 약 84만 명에서 2021년 약 110만명으로 4년 새 약 30%가 늘어났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 국민의 20%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사람들이 더 나은 휴식과 함께 오래 잠들 수 있도록 돕는 국내 수면 산업 규모는 지난 2011년 48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3조원까지 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면 산업이 ‘폭풍 성장’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약 110억달러(약 14조4000억원)였던 수면 산업의 규모는 2026년 321억달러(약 42조1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2033까지 매해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이를 대신해 AI와 각종 IoT 센서 기술을 이용, 간편하게 수면을 분석하는 기기와 앱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핀란드 스타트업 ‘오우라’는 끼고 자면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패턴을 측정해주는 스마트 링을 내놓았는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와 협업해 판매하기도 했죠.
오우라의 스마트링 외형은 일반 반지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반지 안쪽에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온도 센서 7개와 LED 센서 3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신체 변화를 측정하고, 무게가 4g 수준이라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아마존은 한국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손잡고 수면진단 AI를 탑재한 알렉사를 ‘CES 2022’에서 공개하며 슬립테크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워치’의 바이오액티브 센서로 수면 중 뒤척임, 렘(REM)수면 시간, 혈중 산소포화도 등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오는 26일 국내에서 진행되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는 개인화된 건강관리와 수면 등 헬스케어 기능을 대폭 강화한 갤럭시워치6를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폐쇄수면무호흡증, 불면증, 기면증 등의 수면 장애 뿐만 아니라 숙면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의 수면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슬립테크에서는 다 포함합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브리즈’가 한 예입니다. LG전자는 올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브리즈를 수면케어 솔루션으로 공개하며 슬립테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브리즈는 뇌파를 측정하는 무선 이어셋과 뇌파 조절 유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뇌파 감지 기술을 기반으로 뇌파를 실시간 측정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에 기록된 생활 데이터와 연계해 숙면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제공, 수면유도까지 적극 개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뇌파 측정을 통해 개인별로 맞춘 자장가, ASMR 사운드 등 90여종의 콘텐츠를 제공, 숙면을 적극 도와주는 것이죠.
LG전자는 고려대학교, 분당서울대병원과 각각 임상실험을 진행해 브리즈의 이같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리즈 착용 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 측정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수면 중 깬 시간 등이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한국 못지 않게 평균 수면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최근 스마트폰과 연동해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동작으로 이야기를 재생하는 수면 서포트 로봇도 등장해 눈길을 끕니다.
샤오미의 미지아 스마트 베개는 내부 센서를 이용해 심장 박동, 호흡, 신체 움직임 및 코골이를 파악해줍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니어러블 기술을 활용해 수면산업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헬스케어 디바이스 전문 기업 텐마인즈가 선보이고 있는 ‘모션필로우’는 AI시스템이 코골이 소리를 감지하면 베개 속의 에어백을 부풀려 기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평소와 같이 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베고 자는 것만으로도 수면 장애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받고, 수면 데이터를 얻을 수 있죠.
비알랩의 ‘제이블’의 경우 매트리스에 센서를 탑재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합니다. 침대에 누운 상태만으로 매트리스 내 센서를 통해 수면정보를 분석하고요. 이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나 불면증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매트리스에 탑재된 진동 솔루션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최적의 수면을 위한 심박 상태를 유도해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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