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기업에 ‘단비’… “적극성·성실성에 매출액도 증가” [심층기획-실버 푸어 시대 경고음]
고령자에 일자리 제공 ‘시니어인턴십’
정부 3개월간 월급여 50% 지급 ‘윈윈’
작년 1만2991곳서 4만6570명이 참여
‘고령자 친화기업’도 누적 387곳 선정
만족도 조사 결과 94% “재참여 희망”
시니어인턴 97%도 “다시 참여하겠다”
만족 이유 ‘경제적 도움’ 69% 가장 높아
자아실현·정서적 지지 등 이유로 꼽기도
2020년 12월 목재 제조 기업인 동화기업을 퇴직한 김정호(62)씨는 올해 1월1일부터 대양기업에서 시니어인턴십을 시작했다. 동화기업에 28년간 몸담았던 그는 2년을 촉탁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협력업체인 대양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 평생을 기계 설비 정비 일만 전담해 온 그는 21일 “28년간 쌓은 노하우를 젊은 친구들에게 전수하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시니어인턴십이 기업과 고령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신규 일자리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의 고용 창출 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1만2991개 기업에서 4만6570명이 참여했다. 사업은 총 세 개 유형으로 구분되며 대표적인 일반형은 월 최대 40만원 한도 내 최대 3개월간 시니어인턴 1인당 월 급여의 50%를 지원한다.
김씨는 “은퇴한 동료 중 손주를 돌보며 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터로 출근하는 현재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 손끝에서 멈췄던 기계가 다시 돌아갈 때 뿌듯함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했다.
지미애 대양기업 총무부장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려 어렵게 채용한 사람들도 한두 달 일하다가 그만두는 것이 부지기수였다”며 “반면 시니어인턴십으로 입사한 분들은 기업 이해도가 높고 업무에 대한 적극성도 더 크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도 고령자 채용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시니어 직원을 늘리면서 아리아는 2018년 보건복지부의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됐다. 고령자친화기업은 시니어인턴십과 같은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선정 시 만 60세 이상 인력을 신규 채용하면 인당 500만원을 지원받는다. 2011년부터 누적 387개 기업이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다양한 직종의 68개 기업이 고령자친화기업 공모를 신청해 47개 기업이 선정됐다. 이들 기업은 올해 말까지 만 60세 이상 근로자 312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시니어인턴십 참여자들의 만족도 역시 크다. 시니어인턴십 참여자 31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다시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96.6%로 집계됐다. 시니어인턴십 참여로 가장 만족하는 점은 ‘경제적인 도움’(68.6%), ‘자아실현 및 자기발전’(15.1%), ‘정서적 지지’(6.9%), ‘건강 증진’(4.7%) 순으로 나타났다.
정년 퇴직한 인력을 시니어인턴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HD현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니어인턴 56명을 채용했고, 올해 규모를 늘려 89명을 채용했다. 이들 모두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정년을 맞은 뒤 인턴으로 돌아온 직원들이다.
44년 경력의 정씨는 “신입 직원과 호흡하며 활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철판 가공 업무 12년, 공사 지원 12년 등 현장에서 보낸 세월이 든든한 자산이기도 하다. 크레인, 지게차, 소방안전관리 등 자격증 10개를 보유한 그는 “산업현장에서 유용한 자격증을 미리미리 취득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는 은퇴 후 집에서 쉬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시니어인턴십을 추천하고 있다. “이 나이에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서다. 그는 “가장 좋은 점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일상이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점”이라며 “땀 흘리고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밝혔다.
서비스직 현장에 있는 시니어들은 손님과 소통하며 활력을 찾곤 한다.
서씨는 일주일에 금, 토, 일을 포함해 주 3일,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한다. 주로 고객이 식사하는 공간에서 정돈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손님이 몰리는 시기에는 녹초가 되지만 되레 그 피곤함 때문에 ‘내가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일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태원 매장은 항상 깨끗해서 좋다’며 재방문하는 단골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지민·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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