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들로 태어나줘 고마워" 빗속의 채수근 상병 안장식

강수환 2023. 7. 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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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영현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채 상병 영현이 안치되는 413묘역에 해병대 의장대가 발을 들이자 유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채 상병의 해병대 동기가 헌화를 마치자 어머니는 아들의 동기를 힘껏 안아주고 토닥여 주기도 했다.

유족들은 한동안 흙으로 덮인 채 상병의 묘를 떠나지 못하고 어루만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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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낸다. 내 아들…" 어머니 안치 전까지 유골함 손 놓지 못해
하늘도 눈물쏟은 안장식…유족·해병대 동료 마지막 길 배웅
90대 해병 대선배도 불편한 몸 이끌고 참석
비 오는 날 거행되는 안장식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swan@yna.co.kr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영현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채 상병 영현이 안치되는 413묘역에 해병대 의장대가 발을 들이자 유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채 상병의 영정사진에는 비가 뚝뚝 떨어져 흘러내렸다.

유족들의 흐느낌은 빗소리에 섞여 413묘역을 퍼져나갔다.

안장식이 거행되자 채 상병의 할아버지는 눈물을 쏟아내며 "아이고, 이놈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연신 눈물만 흘리던 채 상병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에 손을 뻗어 어루만지기만 할 뿐이었다.

"못 보낸다. 내 아들,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들을 보낼 수 없는 어머니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swan@yna.co.kr

가족들과 해병대 동료 등 헌화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머니는 눈물 흘리는 순간에도 아들 또래의 해병대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눈에 담아두었다.

채 상병의 해병대 동기가 헌화를 마치자 어머니는 아들의 동기를 힘껏 안아주고 토닥여 주기도 했다.

유골함이 안치되기 직전까지 어머니는 아들의 유골함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10년 만에 얻은 소중한 외동아들에게 아버지는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유골함이 묘지에 안치될 때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유족들의 흐느낌이 빗소리를 뚫고 나왔다.

'좋은 곳으로 가거라 손주야'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채 상병 조부가 채 상병 영현이 안장된 곳에 흙을 덮어주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swan@yna.co.kr

유족과 친지들은 아직 아들, 손주, 조카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손주가 땅속에서 추워할까 두 손으로 흙을 퍼 묘지에 뿌려주었다.

"'이모, 건강하게 (군대) 잘 다녀올게요'라고 했는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채 상병 이모는 오열한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삽으로 흙을 펐다.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유족과 친지들은 슬퍼하며 채 상병의 영현을 흙으로 감싸 안아줬다.

유족들은 한동안 흙으로 덮인 채 상병의 묘를 떠나지 못하고 어루만지기만 했다.

나이가 지긋한 해병대 전우들도 자리에 참석해 후배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줬다.

채수근 상병 떠나지 못하는 유족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가운데, 유족이 채 상병이 안장된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swan@yna.co.kr

해병대 63기 박종옥(90)씨와 그의 동생 국가유공자 박종호씨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어 불편함 몸을 이끌고 왔다고 했다.

박종옥 씨는 "아우가 꼭 좀 보고 싶다고 해서 자양동에서 출발해서 왔다"면서 "젊은이가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들은 안장식이 끝나고 나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채 상병이 안치된 곳을 연신 바라만 봤다.

이날 유족들과 모든 사람이 떠나고 나서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에서 27년 근무한 소방대원의 외아들로, 결혼생활 10년 차 되던 해 시험관 수술로 얻은 외동아들이다.

해병대 선배가 바라보는 후배의 마지막 모습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끝나고 해병대 63기 박종옥 씨가 후배의 묘소를 바라보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swan@yna.co.kr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1학년을 마친 뒤 올해 3월 해병대에 입대했고 올해 5월 1사단으로 전입했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을 예우하기 위해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 계급 추서 진급시켰고 순직 결정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광복장은 보국훈장 중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격이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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