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포스트잇·국화·음식…'신림 흉기난동' 피해자들 '빗속' 추모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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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비가 내린 22일 오후 3시쯤 신림동에 40년 넘게 거주한 윤정숙씨(68)가 '신림동 칼부림' 사건 장소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윤씨는 "나도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사망하신 피해자 어머니는 얼마나 미치겠냐"며 "추모하러 오기 전에 '공진단'도 먹고 왔는데도 또 속상하다"고 말했다.
인근 꽃가게에서 일하는 A씨는 신림동 상인들을 대신해 국화꽃을 전하러 추모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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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지금 내리는 비가 피해자 울음 같아요…피해자 가족은 얼마나 슬프겠어"
갑작스러운 비가 내린 22일 오후 3시쯤 신림동에 40년 넘게 거주한 윤정숙씨(68)가 '신림동 칼부림' 사건 장소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윤씨는 "나도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사망하신 피해자 어머니는 얼마나 미치겠냐"며 "추모하러 오기 전에 '공진단'도 먹고 왔는데도 또 속상하다"고 말했다. 윤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조모씨(33)가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한국 국적의 조씨는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된 전력 14건 등 전과와 수사받은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은 없으며 피해자 4명과는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모공간은 사건 현장 인근 공실 앞에 차려졌다. 공실 벽면에는 저마다 추모하는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붙임쪽지)이 빼곡했다. 포스트잇 100여 개에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시길",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세요" 등이 적혔다. 추모 공간에는 소주, 커피, 핫도그, 버터구이 오징어 등 각종 술과 음식으로 상이 차려졌고 150여 개의 국화꽃이 놓였다. 비가 내리자 한 시민은 상에 검은색 장우산을 두어 술과 음식이 젖지 않게 했다.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하나둘 떨어지는 빗줄기에 저마다 챙긴 우산을 편 채 추모 공간을 바라봤다.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한 시민들도 자리를 피하지 않은 채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감쌌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시민은 자전거를 멈춰 세운 뒤 추모 공간을 한없이 응시했다.
시민들은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에 사망자가 발생하자 황망함과 분노를 나타냈다.
당시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는 최재욱씨(24)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10분만 조금 더 일찍 움직였으면 제가 또 다른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며 "마음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신림동으로 이사 온 지 1년 정도 된 조가영씨(22)는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함께 있던 김수철씨(22)는 "소식을 들은 당일에도 추모 현장을 찾아 꽃다발을 놓고 갔다"며 "정말 화가 나서 범인을 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윤씨는 "아들이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해서 가슴이 철렁했다"며 "오늘 아침 11시에도 지나가면서 보고 지금 또 보는데 계속 속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꽃가게에서 일하는 A씨는 신림동 상인들을 대신해 국화꽃을 전하러 추모 현장을 찾았다. A씨는 "점심 먹으러 자주 들르는 길이었는데 충격 받았다"면서 "이른 시간이라 국화꽃 10송이 정도 나갔는데 앞으로 더 나갈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시민들 300여명이 왔다갔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저기가 어제 뉴스에 나온 곳인가 봐"라며 걸음을 멈추고 웃음기 없는 슬픈 표정으로 추모공간을 바라봤다.
한편 이날 서울관악경찰서는 경찰 조사에서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모씨(33)가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다가 번복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경위 등을 수사하고 금일 중 조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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