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수근 상병 부모의 편지 "아들이 사랑했던 해병대…비통한 일 다신 없게"

장혜진 2023. 7. 22. 19: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규정과 수칙 등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안전한 임무수행 환경·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병 4묘역에서 거행된 가운데 채 상병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의 부모가 쓴 편지가 공개됐다.

해병대가 22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자필 편지에 따르면 채 상병 부모는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아들)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며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을 다독여준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겠다”며 “어떻게든 힘을 내 살아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채 상병에 대한 보국훈장 추서 및 국립묘지 안장 결정과 관련해 보훈당국 등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채 상병 순직 뒤 1계급 추서 진급(일병→상병)하고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광복장은 보국훈장 중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격이다. 채 상병은 ‘순직1형’(위험을 무릅쓴 채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 결정을 받아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故 채수근 상병의 유족이 쓴 부고 감사편지. 해병대1사단 제공
故 채수근 상병의 유족이 쓴 부고 감사편지. 해병대1사단 제공
채 상병 부모는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며 “해병대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원하는 것은 건 이 순간에도 수근이가 이 자리에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단 심정 뿐”이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에서 27년을 몸담은 소방대원의 외아들이다.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에서 대학에 다니다가 1학년을 마친 뒤 올해 3월27일 해병대에 입대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호우·산사태 피해 등에 따른 실종자 수색작전을 벌이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특히 채 상병이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한 채 수색작전에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해병대 측도 앞서 20일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게 맞는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해병대는 사건 발생 경위를 비롯해 수색작전 투입 부대의 관련 매뉴얼 준수와 현장 지휘관 판단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채 상병 영결식은 이날 오전 생전 복무한 부대였던 해병대 1사단에서 ‘해병대장(葬)’으로 엄수됐다. 채 상병 유해는 화장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아래는 편지 전문>

삼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번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에서 극한호우로 실종된 국민을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부모입니다.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씀과 조전으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덕수 총리님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기꺼이 찾아오셔서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습니다.
 
특히, 신속하게 보국훈장 추서해주셔서 수근이가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신 보훈관계당국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까지 우리 아이 수근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해 주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님을 비롯한 장병 여러분들과 유가족 심리치유를 지원해주신 119대원, 해병대출신 전우회 등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도와주신 수많은 관계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규정과 수칙 등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또, 안전한 임무수행 환경과 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서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해병대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수근이가 이 자리에 살아서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뿐입니다.
 
- 故 채수근 상병의 부모 올림.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